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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인생의 차이점

지구빵집 2022. 11.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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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가르침을 받고 시험을 치지만, 인생에서는 시험을 먼저 치고 그다음 가르침을 준다. 월요일의 아이들은 서툴고 우왕좌왕하고 아직 모르는 것도 많다. 두려움이 많아서 모르는 게 많은 건지, 모르는 게 많아 두려운 건지 잘 모르지만 여하튼 남자도 그렇다. 오늘은 밖에 비가 내려서 평소보다 강의실이 더 어둡다. 지쳤는지 답답한지 힘이 빠진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를 자식으로 만나는 게 처음이라서 서툴렀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우리가 하는 작품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고, 외관 설계를 하는 일도 처음이라서 몹시 어렵고 헤매는 중인데 걱정할 필요 없다. 지나고 다면 다 잘 되어있을 거고 무엇을 하든 끝까지 가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우리가 큰 성취와 업적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빠르고 쉽게 배우는 능력이 아니라 투지 Grit 이다. 사회적 지능, 건강한 몸, IQ, 잘생긴 외모는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누군가 성공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투지의 존재 여부다. 투지는 매우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열정과 인내다. 투지는 지구력이고 미래에 대한 집념이다. 투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주일, 한 달 동안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서 미래가 현실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어쩌면 끈기와 같다.

 

 

팀 미팅 시간

 

남자는 왜 밀어부치지 못하는 걸까?

 

두려운 것도 없고, 모두 놓아버리면서도 늘 주저하고 자신감이 없다. 아이들과 남자는 포유류라 뼈와 혈관, 근육과 피부 모든 것들이 늘어나며 성장한다. 갑각류는 뼈가 없는데 어떻게 성장할까? 게나 가재, 매미 같은 갑각류나 곤충은 뼈가 없기 때문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한다. 허물을 벗어내는 그 순간이 가장 연약하고 힘도 쓰지 못하는 약한 순간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잡아먹힐 수 있는 순간이다. 주로 어둡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허물을 벗는다. 사람도 바로 그 순간을 버텨내며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가장 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순간,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잡혀먹거나 먹이가 되기 쉬운 아찔한 두려움의 순간을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남자에게 지금은 성장의 순간인지 모르겠다. 가만히 보니까 요즘 들어 뭐든 모르겠다고 쓰는 일이 자주 보인다.  

 

지난 주부터 어드벤처 디자인 수업은 7개 팀과 다른 11개 팀의 작품 제작 계획과 재료 구매에 대해 협의하는 팀 미팅으로 진행한다. 12월의 겨울이 시작하는 주라서 날씨는 점점 추워진다. 날씨는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환경이라서 지역에 따른 기질이나 성격을 변하게 한다. 주로 아이들과 하는 이야기는 작품 설계 진행 파악, 부품 구매 진행 협의, 구현에 필요한 기술 부분 지원, 케이스 제작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갑자기 많은 학생들이 듣는 수업을 좁은 강의실에 배정한 것에 대해 화가 났다. 화는 났지만 지나가게 두었다. 팀별로 아이들을 앞쪽으로 부르면 어떤 아이는 날아오고, 어떤 아이는 달려오고, 자리를 비운 아이는 늦기도 하고, 질문을 한 가득 가져오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지만 그것들이 한계나 상황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안다. 어려운 일을 도전이나 과제로 인식한다. 상황이 변하면 흐름을 타고 기꺼이 팀에서 할 일을 알아낸다. 아이들이 남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꺼린다. 단체 카톡방에 팀이 무엇을 하는지, 무슨일을 하려고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아직은 단계별로 하는 일이 왜 필요한 지 알지 못한다. 작은 일은 작은 가치가 작고 큰 일은 가치가 큰 일도, 같은 계약이라도 천 만원짜리 계약과 천 억짜리 계약이 다른 일을 알지 못한다. 누구나 모든 단계를 시간은 다르지만 거쳐간다. 간혹 단계를 건너뛰기는 하겠지만 단지 일시적이다. 무너지지 않으려면 사다리가 맨 아래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은 어떤 분야든 거쳐야 할 단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남자는 자신을 돌아본다. 지나간 시절의 남자를 다시 찾을 줄 모르지만, 언젠간 그 시절의 남자를 이해하게 될 거라는 걸 안다. 아니면 알게 되겠지... 하고 생각한다. 

 

 

백남준 다다익선. 과천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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