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구빵집 2022. 12. 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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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오고 싶어 하던 학교에 온 뒤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학교 일은 늘 많았고, 진행은 느렸다. 아이들과 수업하고, 작품을 기획하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팀 미팅을 진행하는 일은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남자는 너무 오래 있어 정체되어 머물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 학교에 왔을 때 학교 풍경은 처음엔 좋았다. 연구실도 제법 넓었고, 바로 앞에 학술 정보관이 있어 늘 책을 빌려 보는 일도 마음에 들었다. 학술 정보관 옆에 있는 제3 주차장에서 걸어오는 길, 학생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예술대, 호숫가, 신전, 운동장 옆으로 산책하는 일도 하루 일과에 들어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주 잘 어울리는 옷도 시간이 지나면 바래기도 하고 몸에 맞지 않아 어색하게 된다. 사물인 옷 자체가 변하는 일도 있고 존재인 우리 몸이 변하는 이유도 있다. 껄렁껄렁하는 학생이 모범생이 되기로 하고 학교와 독서실을 오간다. 주위에 공부하는 착실한 아이들이 늘어난다. 함께 지내던 불순한(?) 친구들과 멀어지고 집이나 주변에서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단정한 학생이 되기로 한 아이는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건 아닌가? 불편한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아이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변한 자신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 길을 계속 가기로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교실 뒤쪽에서 분위기를 수업 분위기를 흐리고 출근과 퇴근을 멋대로 하며 지내는 아이들이 부럽다. 아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좀 불량스러운 모습을 갖는다면 더 멋있어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내 껄렁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담배도 피우고, 가끔 싸우기도 하고, 엇나가는 일이 많아진다. 물론 처음 생각한 대로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공부를 게을리하진 않는다. 아이는 집에서나 주위에서 이상한 눈빛으로 자기를 보는 것을 눈치챈다. 왠지 두 가지 생활을 잘하기가 부담된다. 자기 몸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지내는 것처럼 갑갑한 느낌이다. 아이는 선택해야 한다. 계속 걸을 건지, 불량스러운 공부 잘하는 아이로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는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남자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헷갈려한다. 얼마 전부터 의도적으로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천하고 있다. 명상을 다시 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강한 마음을 키우고 있다. 아무리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바보 같은 삶을 살아왔는지 한심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 삶에 감사하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정작 자신감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생각은 자기 위안에나 도움이 된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용산역으로 간다. 동계 지능형 로봇 컨소시엄 워크숍이 열리는 날이다. 용산에서 여수까지는 3시간 걸린다. 여수 엑스포역에서 내려 유탑 마리나 호텔까지 바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간다. 남쪽이라 약간 따뜻한 기운이 돌아 바람이 시원하다.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항일대에서 2012년 5월에 93일간 개최한 여수 엑스포.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었다. 행사를 마친 엑스포 전시장은 썰렁했다. 건물은 조금씩 지저분해지고 바다에 세운 건물을 받치는 기둥은 녹이 슬고 있다. 남자는 이번 행사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남자는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당장 지금부터 무언가 실행하지 않는다면 이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행사와 공공기관 행사, 학교 행사는 저마다 다르다. 행사가 가지고 있는 내용, 규모, 특성, 경향은 어떤 집단이 하느냐에 따라 느슨한 지, 힘든지, 비용이 많이 드는지, 고급스러운지 하는 모든 내용이 달라진다. 참가하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 워크숍 내용을 중요한 사항만 올려둔다. 발표, 특강, 회의도 많고 일정이 빠듯하다. 좋은 점은 모두가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2022년 동계 지능형로봇 컨소시엄 워크숍

12월 21일 ~23일, 여수 유탑 마리나 호텔 & 리조트

 

 

리돈도 비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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