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뇌(정신)는 하나라서 구분할 필요가 없다. 어떤 일을 하든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한 가지다. 정신에 좋고 몸에 안 좋다든가 반대인 경우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의 없다. 운동 독서 공부 같은 것들은 하기 전에 싫지만 하고 나면 아주 기분 좋은 감정이 든다. 야식이나 게임, 연애 같은 경우는 하기 전에 기분이 좋은 데 욕망을 충족하고 나면 감정이 썩 좋지 않다. 사실 균형이 가장 좋은데 오히려 균형 잡는데 에너지를 너무 쓰다가 정작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
육체와 뇌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수 좋다면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먼저 죽을 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날 때 함께 있어줄 수 있다.
새해에는 남들보다 신체나 뇌가 늙는 속도를 ¼로 만드는 식사를 해 보자. 이를 지키면 남들 10년 치 늙을 때 2.5년만 늙는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다. 브레인포그(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낀 것처럼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 우울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이 모두 개선되고, 몸에 붓기와 염증이 싹 내릴 것이다.
다행인 것은 전통적인 우리나라 서민의 식사가 이미 이 식사법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MIND 식사라는 개념이 있다. 지중해 식사의 개념과 고혈압을 잡는 DASH 식사의 장점만 모은 것인데, 낮은 당지수의 복합탄수화물 통곡물과 콩 등을 주요 칼로리와 단백질원으로 삼는 것이다.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피하고, 올리브오일을 주요 요리용 기름으로 사용하며, 치즈와 붉은 고기는 아주 조금만 먹고, 채소와 달지 않은 과일을 많이 먹고, 술은 와인으로 최대 하루 한잔만 먹는다. 지중해 식이는 체지방을 줄일 수 있는 효과로도 다양한 식사법 중 최고인 것이 이미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이미 이 식사법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흰쌀밥이나 면 대신 렌틸, 귀리, 현미, 백미를 혼합한 밥을 만들고, 반찬으로는 나물이나 채소,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을 먹기만 하면 된다. 근육을 키우기에 단백질 함량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지중해 식이를 와인, 치즈, 고기를 충분히 즐기는 식사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지만, 오히려 붉은 고기나 치즈는 절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식사는 혈당 변동이 억제되는 것이 특징이라, 여러 만성 질환들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위 그림에서처럼 렌틸, 귀리, 현미, 백미를 4/2/2/2로 혼합해서 슬로우쿠커(스팀팟)에 돌려서 6개월째 밥으로 먹고 있다. 당지수가 낮아서 이 밥을 먹고 나면 몇 시간이 지나도 허기를 느끼지 않게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단백질 든 음식(고기, 생선) 값이 올랐다고 아우성이지만 MIND식이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밥에 올리브오일 1 테이블스푼, MCT오일 2 티스푼, 계란 프라이 하나, 간장 조금을 넣고 밑반찬이나 두부된장국을 곁들이면 한 끼의 단가가 1500원도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양분 균형과 심지어 미네랄, 비타민까지 완벽하다. MIND 식이를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MIND 점수표를 확인해 보면 된다.
15점에 가까울수록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식사를 6개월 이상 거의 14점으로 유지하면서(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1점이 빠진다) 경험하는 것은, 초가공/초기호식품을 원치 않게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미미하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브레인포그 현상이다. 주중에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식사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주말에는 철저히 이 식사를 따르고 있다. 이렇게 실천을 해 보면, 주말이 지나는 동안 부종이 빠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월요일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항노화 생활습관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식단의 엄청난 효과를 약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단순당/정제곡물(빵, 흰밥, 국수), Seed oil 이 점철된 식사는 노화 속도를 네 배 빠르게 만드는 약을 매일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속노화를 만드는 이러한 식사의 장점은 건강과 경제적 절약에 머물지 않는다. 붉은 고기나 술은 모두 탄소 발자국이 매우 높다는 것이 특징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삶에서 줄여나가면 우리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진다.
동영상: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노인의학자는 어떻게 먹을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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