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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회 동아리방에 잠시 들른다.

지구빵집 2023. 3. 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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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이미 학교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봄이라고 부르는 계절 속으로 이미 들어갔다. 무얼 해도 환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고 어디를 가도 즐거운 곳이다. 매년 3월과 9월 둘째 주에 동아리 회원 가두모집 행사를 한다. 학교 SNS에서도 행사가 보이는지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익명 8: "가입하면 요네나 야스오가 될 수 있나요?"

익명 8: "겠냐?"

익명 9: "하... 새끼"

 

요네와 야스오는 리그 오프 레전드 게임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야스오는 요네의 이부동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애가 좋았으나, 야스오가 수마 원로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요네가 오해하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결국 야스오와의 결투 끝에 요네는 죽게 되었는데, 되살아난 요네는 아자카나를 쫓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기에 야스오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후 영혼의 꽃 축제에서 재회하여 아자카나로부터 야스오를 구해주고 용서하며 그의 앞날이 잘 풀리기를 빌어준다. 역시 모든 이야기처럼 좋다가 싸우다가 화해한다. 전 학기는 검도 훈련일이 달리기 하는 날과 겹쳐 운동을 못했다. 이번 학기는 마침 금요일 8시 늦은 시간으로 잡혀 있어 가끔은 참가할 수 있다. 

 

학생 복지관 앞에 모든 동아리 부스가 늘어서서 신입 회원을 받는다. 아이들은 호구와 죽도를 전시하고 검도 대련 복장을 갖추고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남자도 언젠가 저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도 전통, 한국의 멋이란 말들이 유행이고 처음 접하는 탈춤이나 장고에 마음이 끌렸다. 민속 연구회에 가입을 하고 탈춤을 추고, 장고를 치면서 가락을 배우고, 데모를 하고, 막걸리를 마시고, 공연을 한 학기 내내 준비했다. 한참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들끓는 시기라 학내 집회가 열리면 집회를 알리고, 흥을 돋우기 위해 늘 길놀이를 나가고 매일 밤 키가 아주 큰 나무들에 둘러싸인 둥그런 탈판에 모여 탈춤을 추고 대잔디밭에 모여서 장고를 치면서 놀았다.

 

학교 총학생회 일을 하면서 동아리 연합회와 학내 사업을 한 탓에 주로 동아리 연합회 사무실은 학생회 일꾼과 동아리 임원들의 잠자리가 되었다. 가을이 되면서 몸에 가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증상은 바로 옴이었다. 옴은 개선충이라는 피부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옴 진드기에 감염이 되면 안면을 제외한 온몸에 여드름 같은 붉은 반점이 생기고 밤이면 심해지는 엄청난 가려움증이 특징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벅벅 몸을 긁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수배를 받거나 외부 노출에 주의해야 하는 학생들은 병원에도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케케하고 습한 동굴 같은 잠자는 방은 거의 옴 균이 발생하는 원천이었다. 결국 밤에 난로에서 옮겨 붙은 불이 동아리방 몇 개와 학생회실, 동아리 연합회 사무실을 몇 개 태우고서야 옴균은 완전히 사라졌다. 학생회관에 소방차가 출동한 것도 처음 보는 일이었고, 불이 난 덕분에 옴균이 싹 전멸을 하고 다시 깨끗한 환경이 된 것도 너무 웃기는 일이었다.


동아리에 소속하여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은 참 낭만적인 일이다. 학교 동아리방은 학생 복지관 4층에 전부 모여있다. 각 동아리 방에는 번호키 도어록이 달려있고 햇살도 잘 든다. 동아리방은 연중 하루도 빠짐없이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언제든 자기만의 공간이 된다. 혼자 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다른 동료가 오면 또 그런대로 즐거운 곳이다. 삶을 이루는 많은 것들은 대부분 경험에서 얻어지는 의미가 우리의 생각과 결합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기억은 조금밖에 나지 않지만 당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루어진 경험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봄은 그런대로 지낼만 하다. 만물이 깨어나 생동감 있고, 풍경이 좋아 눈길이 사방으로 흩어지니 침울하거나 고민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니 더 많이 자세히 보아야 한다. 우리 나이는 몇 해전에 누나가 말했듯이

 

"봄 꽃을 보노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 그림

 

검우회 동아리 회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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