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공주 마라톤에 있던 게 아니라 일상에 있었다.
아침 일찍 고속버스 터미널로 간다. 4번째 참가다. 그 긴 교각 위로 3km를 달린다. 지겹고 힘든 긴 언덕을 달린다. 햇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곧게 뻗은 아스팔트 멀리 물이 고인 호수가 보인다. 한 여름처럼 뜨거운 열기는 발을 따뜻하게 데우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러너들은 서로의 모습만 보이면 뛰는 척을 한다. 이런 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면 마음은 기쁘다. 이곳에 다녀오면 바로 가을 달리기가 기다린다. 공주 백제 마라톤을 참가하는 이유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조심해. 그는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어."
경기장은 깔끔하다. 늘 보아도 녹색 잔디밭에 큰 규모의 시민 운동장은 좋은 기분을 준다. 서두르고 서둘러 겨우 출발 시간에 맞춰 스타트 라인에 섰다. 출발점에서 보는 러너의 얼굴은 모두 사연이 있다. 담담한 얼굴, 웃는 표정, 무언가 이루고 말겠다는 굳센 의지까지 러너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현자, 식자, 룡자 감독만 풀코스를 달리고 나는 순자, 경자 선배와 32km를 달리기로 한다. 9명이 가고 나머지는 하프를 달린다. 강남 터미널에서 김밥과 우유를 먹으니 든든하다. 출발할 즈음 비가 온다고 한 일기예보는 안타깝게도 거짓말이 되었다. 배동성 사회자의 경쾌한 목소리가 운동장을 울린다. 출발이다.
잘 달렸다. 전 구간을 걷지는 않았지만 공주 백제 마라톤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늘 교훈을 준다. 주말이나 연휴에 부모님을 잠깐 모시면 드는 생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바로 천국이면서 지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정작 달리기는 지옥도 아니고 즐거운 때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공주 백제 마라톤 참가 후기 포스팅
2022 공주 백제 마라톤 하프 완주,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
2017년 공주백제 마라톤 42.195km 생애 첫 완주
32km 완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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