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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김수영 詩와 봄밤 권여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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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 김수영 전집 1 (민음사 2003, 2판)

 

* 김수영 (1921∼1968) 선린상고 연희전문을 다녔으며, 한국전쟁시 북한군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다 탈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곧 국군 통역관과 영어교사를 하다가 4.19 혁명 후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함. 2001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으며, 1982년부터 민음사에서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 운영해오고 있다.

 

봄밤이라는 단편 소설은 권여선 작가의 작품 줄거리는 여기를 참고.

 

 

<봄밤>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수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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