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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혹독하게 치른 여름 달리기, 긍정의 힘 마라톤 하프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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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태어난 곳, 우리가 하는 것, 본 것, 생각하는 것들에 관한 믿음이자 신념이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당장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의미가 없다. 인도의 갠지스 강변이나 아랍의 어느 국가, 혹은 다른 땅에서 태어나지 않음을 감사한다.

 

러너들이 달리는 길을 주로(走路)라고 한다. 태양은 아침부터 무게감 있게 내려앉았다. 아스팔트는 숨을 쉬지 못해 고요했고, 공기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뜨겁게 부풀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여름의 중심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21.0975km, 절반의 마라톤이지만 결코 절반의 고통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 거리가 내게 온전히 여름이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온몸은 땀으로 덮였다. 마치 숨을 쉴 때마다 태양이 폐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묘하게도, 나는 그 열기에 등을 밀려 나아갔다. 심장은 뜨거운 북소리처럼 가슴을 울렸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리듬을 잃지 않았다. 이런 날, 걷는 것도 괴로운데 나는 왜 달리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더위 속을 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야."

 

9시 출발의 온도는 26도다. 5km를 지날 때쯤, 도로 위의 그림자들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아이스팩을 쥐고 있던 봉사자의 손끝이 떨리는 걸 보았다. 그는 내게 말없이 차가운 물 한 컵을 건넸다.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머리 위로 끼얹었다. 순간, 여름이 잠깐 내게서 비켜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다시 나는 태양의 아들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5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 반환점을 아주 오래전에 지나친 느낌이다. 하프 반환점을 통과할 무렵, 땅 위의 열기는 뺨을 때리는 듯했고, 신발 안의 발바닥이 뜨거운 철판 위에 놓인 느낌이었다. 희미하게 불어오는 한강의 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것은 마치 여름이 내게 주는 작은 선물 같았다. 아무도 없는 거리,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만 울리는 공간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점점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는 거리가 짧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판에 세운 남은 거리는 힘겹게 줄고 있었다. 땀에 젖은 옷은 피부에 달라붙었고, 햇살에 달궈진 팔은 무감각했지만, 마음속 어딘가는 묘하게 평온했다. 고통이 임계점을 넘으면, 오히려 선명한 몰입의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그것을 기다려왔고, 지금 그 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강에서 여의도로 들어가는 굴다리에서 몸은 녹아내릴 듯 무거웠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누군가가 응원하는 것도, 시계를 보는 것도 의미 없었다. 나는 나를 끝까지 데려가기 위해 달렸다.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여름이 내 등을 쓸며 말했다. "잘 왔다." 더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혹독한 열기 속을 뚫고 도달한 이 순간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내 안의 여름을 이겨낸 증거,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의 하나였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날이지만, 나는 그 속을 달렸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두 시간을 목표로 했다. 그래도 이건 역대급 기록이다. 이 더운 날 대단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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