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일어나고 겪는 모든 일이 자신이다.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이 말이 아주 자주 나온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를 위한 일이다.'
일이 자신이 아니라고?
태도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이 중요하다고? 천만에다. 모든 게 자신이다. 우리가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냄새 맡는 것, 우리의 태도, 관계, 사랑, 분노와 증오가 모두 우리 자신인 것처럼 달리기 역시 자신이다. 명확하다.
수많은 가면이 자신이고, 보고, 즐기고, 먹고, 입고, 가고, 오고, 대하고, 떠나고, 마주하고, 살아가는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이다. 우리가 경계하지 않을 게 무엇이란 말이가?
5월 2일 토요일 정모
지금이 좋아도 너무 좋다. 이유 없다. 철봉에 30초씩 두 번 매달린다. 매끄럽게 체조를 구령 붙여 진행한다. 관문 운동장에 다녀온다. 점핑 잭과 옆구리 들어 올리기를 50번씩 한다. 어디서든 루틴이 지배한다. 지켜야 할 기준과 높이를 분명히 아는 것, 아니오라고 말수 있는 사람이 된다.
5월 5일 대공원 언덕 훈련
오랜만에 대공원 코끼리 열차길을 따라 하프 코스 훈련이 있었다. 하늘 빛깔도 좋았고 흘러가는 구름도 못 견디게 좋았다. 습도가 몸에 맞아 거리낌이 없었고, 습하지 않아 땀이 금방 말라서 21km를 달렸는데도 옷이 뽀송했다. 이런 날은 딱 오늘 하루가 될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코스로는 3km 코스를 7바퀴 달린다. 동물 병원 종보전 연구소 앞으로 언덕을 올라, 대공원 호수를 크게 돈다.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남자는 서둘러 집으로 온다. 위성 통신 보드를 제작하고 테스트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아직 남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상황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한다. 결과를 보여주어야 믿는다. 그 안에 든 땀방울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달리기도 그렇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사는 늘 그렇게 훈련한다.
5월 7일 목요일
관문 - 영동 1교 13km, 5:44
비가 6시에 그쳤다. 혼자 달리는 일도 그럭저럭 재미있다. 갈수록 힘들다. 무언가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미래는 보나 마나 우중충한 색깔로 물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모도 쉬고, 일요일 장거리 훈련도 쉰다. 달리기가 특권인 이유는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단 멈추지만 않기로 한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걷는다.
5월 12일 화요일
낮에는 덥다. 완연한 싱글렛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 러닝에 어울리는 단어도 많았다. 이젠 잊었다.
어디에서도 누군가 당신을 미워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울트라에 함께 가지 못하고, 대공원 언덕 훈련에 오지 않는다고 재자가 삐졌나 보다. 원래 그렇다. 그렇다고 기준을 낮추거나 일정을 변경하면 더 하찮은 사람이 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이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니다.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지낸다. 달리기는 그냥 달리기다. 뭐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다른 모든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는 것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소멸하고, 바래고, 결국 하지 못할 때가 온다.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즐긴다.
5월 15일 금요일
남자가 속한 마라톤 커뮤니티 이야기를 이곳에 많이 쓰는 편이다. 일하다 보니 운영진 방에 내일 자봉 공지가 안되어 급했나 보다. 자봉에게 전화를 하니 가족들과 멀리 가 있어서 힘들다고 한다. 남자는 일 때문에 가지 못한다. 결국 정리 비슷하게 되었다. 문자 선배가 자봉 공지를 올리는 일이 희생이라고 생각했는지 어떻게 되나 보려고 했다는 말을 한다. 보면 어쩌려고? 이런 일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저급한 종류의 시험이다. 그럴 때면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의무적인 일이 된다. 그런 일은 언제나 재미가 없는 일이다. 물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힘든 삶을,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판단은 유보다. 아니 판단은 금지다. 지나고 나서도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삶은 그 자체로 교훈을 준다. 태도나 마음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있음', 그 자체로 말이다.
5월 16일 토요일
오늘도 일이 먼저다. 바쁘면 주중 훈련도 거르고, 정모에 나가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가지려면, 가고 싶은 곳에 가려면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돌아보면 남자는 대가를 치를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다. 잃어도 그만이고, 얻지 못해도 그만인 것들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삶은 돌아봐야 이해가 되지만 우리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썩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닐지라도 원래 인생은 그러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거다.
5월 23일 토요일
6주 동안 집중한 일이 납품하고 끝났다. 내 잘 될 줄 알았다. 인생은 사실 고통과 권태다. 그 기간을 오래 가져가면 그 반대의 기쁘고 신나는 감정을 깊게 느끼게 된다. 직장인은 그래서 주말만 기다린다.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느끼지 않고 볼 수 없기에 삶은 무료하고 지겹다. 메마르고 건조하다.
5월 25일 부처님 오신 날 대체 공휴일
아침 7시 영동 1교 훈련이다. 용자환자 선배와 양재천을 두 바퀴 달렸다. 햇살이 강해서 그늘진 왼쪽으로 달렸다. 선배는 함께 훈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페이스에 알맞은 케이던스, 침묵, 후반까지 유지하는 것도 정확하다. 옆에 있었으면 좋은 달리기 코치가 되어줄 텐데 정작 함께 훈련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나오지 않거나 알아보지 못한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옆에 두고도 알지 못하고, 가장 귀한 것들을 무시하기 일쑤다. 사람은 스스로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받는다.
5월 26일 화요일
연속 이틀을 잠을 못 잤다. 어제 오전에 20km를 달렸다. 오늘 비가 조금씩 내리지만 달리러 나갔다. 웬걸 너무나 힘들었다. 잠이 가장 중요하다. 충분한 잠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부족한 잠은 전부를 망친다. 5km까지만 달리고 돌아오는데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한다. 아직도 몸을 잘 모른다. 육체는 마음보다 실제적이다.
5월 30일 토요 정모
5월은 토요일이 5개다. 주말 5개를 꽉 채웠다. 오늘은 매월 마지막 주 자체 대회가 있는 날이다. 간단한 배 번호를 달고 관문 운동장까지 13km를 왕복하기로 한다. 늘 기록을 단축하며 성장하는 사람이 있고, 남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부침을 겪는 러너도 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특히 담배가 늘면서 몸이 많이 상했다. 한마디로 내리막길임을 느낀다.
환자구자는 선배는 신이 났다. 오늘도 가장 좋은 기록으로 들어왔다. 남자를 따라잡으려고 열심히 달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반대로 남자가 구자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쁜 짓을 그만하고 몸을 다듬기로 한다. 해 본 사람만 안다. 아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아주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인간은 이런 일을 잘하지 못한다. 단기적인 일은 누구나 잘한다.
오늘로 5월 달리기를 끝났다. 남자가 보기에 모두가 자리가 있는 자리에서 잘하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특히 남자는 더욱 마음에 든다. 삶에 관해 깨닫는 일은 무조건 환영해야 할 일은 아니다. 우리를 현명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지만 빨리 늙게 만든다. 나이 든 사람 대부분은 철없고 무모했던, 서툴렀던, 그래서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그리워할 이유가 없다. 제 아무리 늙어가는 삶에 이유를 가져다 붙여봤자, 죽어가는 것에 생기가 돌리 만무하다.
6월은 나쁜 습관을 버리는 일에 집중한다. 나쁜 짓은 다 하면서는 더 멀리, 빠르게 달릴 수 없다. 절대로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무엇이든 얻고 싶다면 희생하는 대가를 치른다. 그런 각오가 없이는 도전도 하지 마라. 인생 피곤해지니까 말이다. 열심히 달린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하고, 장기적인 과제를 수행하고, 장기적으로 삶을 설계한다.

2026년 5월 러닝 일지, 기록하지 않으면 죽는다. 기록도 규율이다. 그것도 아주 일 순위 규율이다.
| 일 | 월 | 화 훈련 | 수 | 목 훈련 | 금 | 토 정모 | 기타 |
| 1 | 2 | ||||||
| 12.5km 5:47 |
|||||||
| 3 | 4 | 5 | 6 | 7 | 8 | 9 | |
| 대공원 22km 6:24 |
13km 5:44 |
일함 |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
| 12.5km 6:00 |
일함 | 일함 |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
| 일함 | 오효성 박사 | 10.7km 6:09 |
|||||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 20km 5:56 |
10km 6:55 |
10km 6:12 |
12.5km 5:30 |
||||
| 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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