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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담배를 옥상가서 폼나게 피고 오다. 담배 끊기 20170321

지구빵집 2017. 3. 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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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1교에서 등용문까지 양재천을 따라 10km를 뛰고 오는데 가슴이 찡하게 아프다. 훈련 감독에게 물었더니 담배를 피워서 그렇다고 했다.  하, 담배를 끊을 때가 된 건지. 참 오래 질기게도 피웠는데. 그래 이 기회에 끊자는 생각을 했다. 일단 이곳으로 온 것도 기적이고, 그 사람 옆에 함께 있는 것도 기적이고,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달리기 운동 나오는 것도 기적이었다. 물론 담배를 끊는 것도 기적일 것이다.


모든 일들은 나를 위한 일이다. 무슨 생각을 하건, 무슨 일을 하건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사명인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목적에서 한치도 비켜가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 사는 일만이 중요한 것이다.  


담배 피는 사람들은 여유 있고 늘 밝으며,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잠깐 만 한 대만 피고..' 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 한 대로 그들은 일을 나눌 줄 알고, 한 대로 일을 시작하고, 한 대로 새로운 단계로 나가는 구분을 짓는다. 기분이 좋을 때나, 울울할 때, 아니면 화가 나거나 흥분한 상태에서도 한 대만 있으면 곧 바로 마음의 균형을 잡고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좀 지저분 하기는 해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인류의 생존에 물 다음으로 가장 소중한 불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을 소유한 사람이다. 불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발달한 세상에서도 불은 생명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도구다. 항상 불을 가지고 다니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오래 살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처음가보는 낮선 곳에서도 가장 오래 생존하는 길을 아는 사람들이다. 교육을 가든, 회의를 가든, 어느 낮선곳으로 이동하면 그들은 그곳을 샅샅이 점검한다. 비상계단, 옥상, 사람이 없는 곳, 눈에 띄지 않는 곳, 밖으로 나가는 가장 빠른 길, 그리고 언제나 알아 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러니 어떤 재난이나 위급 상황에서도 그들은 가장 먼저 살아 나갈 수 있는 습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모든 즐거움과 소중함, 생존의 수단을 버리려고 하다니. 미친건가. 대단하다. 성공을 빈다. 니가 이상해지긴 이상해 진 것 같다. 

 

이렇게 끊어야 하는거니. 달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또 피게 되더라도, 그런 때가 오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자. 드러내지 않아도 좋은 그런 생각들이 있다.


건승을 빈다.


5시간 지나서 피네. 여하튼 시기가 않좋다고 핑계대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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