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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너무 예쁘다고 그렇게 바라보노라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봄을 맞이할까 싶다

지구빵집 2017. 4. 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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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도 표시 나지 않는 집안일들을 했다. 모두가 표시 나는 일만 하라고 한다. 무엇인가 드러나는 일들, 눈에 보일 정도로 차별적인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들은 하나같이 모두 중요한 일들이다. 한 것보다 하지 않은 모양이 도드라져 보이는 특별한 일이다. 하나하나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들이 중요하다.


가장 놀기 좋은 날들이 되면 시험 기간이다. 물론 시험이고 머고 다 무시하고 놀았지만, 심리적으로 편하지는 않다. 시험문제도 내야 하고, 벌여 놓은 일들이 많아 하나씩 점검하며 차 한잔하는 시간이다. 일단 찻잎은 많이 넣는 게 좋다. 아낀다고 조금만 넣으면 금세 맛이나 향이 사라져 심심하게 된다. 오늘은 청차 계열의 대표적인 차인 대홍포(大红袍)를 우려냈다. 갈색이면서 텁텁한 향이 나고 쓰고 떫은 맛이 난다.


환갑이 지나셨는지 모를 아줌마가 말했다. 봄꽃이 너무 예쁘다고 그렇게 바라보노라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봄을 맞이할까 싶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우울하다고 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을 때 이 계절을 충분히 즐기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학생들에게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젊고 예쁘고 자기애가 강한 때였으므로 별 느낌이 없어 보였다. 꽃보다 더 예쁜 시간이 지나가는 때이므로.


오늘은 돌아가신 장모님 15번째 기일이다. 독바위역까지 한참을 가야 한다. 그때 나이가 쉰아홉이었고, 민서가 3살이었으니 옆집에 사시면서 많은 시간을 민서도 봐주시고, 위암 투병도 하시면서 지냈다.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누가 이런 날 떠나고 싶겠나. 거침없이 출항하고 항해하고 싶은 것은 마음뿐이다. 서두르고 욕심내거나 초조한 마음을 통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꿈을 꾸는듯한 날들이 지나간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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