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공주백제 마라톤 42.195km 생애 첫 완주 - 20170917
누구나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마라톤 42.195Km를 처음으로 달리는 백제 공주 마라톤 대회가 내일 열린다. 밤늦게 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두렵기도 하고, 완주가 목표인데 중간에 포기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6시 5분 공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간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지 구름이 많아서인지 날은 어두웠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자 날이 밝아졌다. 회원들을 만나서 준비한 김밥과 우유, 초코바와 귤을 나누어 먹었다. 오늘은 11명의 전사들이 풀코스와 20Km에 도전한다. 김밥을 먹으며 이야기할 때만 해도 유람 간다는 착각이 들었다. 잠을 약간 자고 일어나니 공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10분마다 행사장을 왕복하는 왕복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어린이들 태권도 시범, 유명하지 않은 가수들의 노래에 행사장은 활기로 가득하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번호를 달고, 짐을 맡기고 하는 일들은 어느 대회나 마찬가지다.
출발 라인에 섰다. 처음으로 도전하니 아무것도 모른채 달리기만 하면 되니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완주가 목표였다. 시간도 모르고, 계획도 없었다. 이전에 하프 코스를 처음 달릴 때와 같다. 드리어 힘찬 함성과 출발했다. 오늘 함께 완주를 도와주는 분은 벌써 8번째 완주를 하는 회원이다. 든든했다. 석배형님과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달렸다. 출발 전 날씨는 바람, 구름, 온도 참 좋았다. 적당한 구름이 끼었고, 바람은 시원했다. 해무리가 져서 하루 종일 흐릴 것으로 봤는데 아니었다. 달리기 시작하자 구름이 걷혔다. 석배 형님은 자기의 처음 완주를 이곳에서 했다고 기념차 오셨다. 달리면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자신의 호흡법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처음 달리는 나에게도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수많은 대회에 풀코스 도전하면서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
5km까지 천천히 달렸고, 석배 형님은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금강을 따라 30km 반환점을 돌아 오는 길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나자 아스팔트 열기가 올라왔다. 반환 지점까지 그럭저럭 잘 달렸다. 호흡도 좋았고, 무엇보다 같이 페메를 해주는 회원님이 잘 데리고 왔다. 중간중간 농악대와 학생들의 응원으로 힘을 냈다. 풀코스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주로는 언덕이 많고 곧은 길이 펼쳐져 참 지루했지만 정신이 몽롱해질 때 강변 풍경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게 된다. 36km까지 잘 달렸다. 갈증이 났다. 파워젤 3개를 가져온 것도 바닥이 났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 졌다. 마침 공중화장실이 있어 잠깐 들러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이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한 걸음도 떼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팠다. 뛰려는 마음에 걸음을 디디면 왜 어깨 가슴 배 다리까지 온몸에 통증이 밀려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를 데리고 같이 달려온 회원은 저 앞에 달리고 있는데 달리고 싶어도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 이런. 괜히 멈추었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달려볼까 하다가도 뻣뻣한 다리가 굽혀지지 않았다. 갈증은 너무 심해서 그때부터 계속 물만 마셨다. 큰 생수통을 3개나 비우면서 걸었다. 1km 걷기가 힘들었다. 37, 38, 39... 아주 긴 언덕이 나왔다. 물통을 들고 정신없이 걸었다. 그리고 왜 걷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화장실에 간 이유는 분명 아니었다. 언덕을 넘어 경기장이 가까이 보였다. 1Km 정도 남았다. 이제부터 달려야 한다. 조금씩 힘을 내어 달렸다. 회수용 버스가 오기전에 어서 골인 지점에 가야 한다.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결승점이 보이고 무사히 들어왔다. 시간은 5시간 9분 5초. 하~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잘 달렸다. 생에 첫 마라톤 4만 2천195미터를 달렸다.
일찍 들어온 회원들이 모두 이제오나 저제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완주 메달을 받고, 짐을 찾고,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맜있는 국수와 밤막걸리를 먹고 터미널 근처 식당으로 갔다. 멋진 뒤풀이였다. 서로 축하 해주면서 달리기 무용담을 주고받으며 식사를 했다. 오늘 처음으로 완주를 하고 난 느낌은 서운함이었다. 충분히 일찍 들어올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정신적인 나약함도 보았다. 절실하게 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방심하고 교만하고 게으른 나의 태도가 그대로 보인 풀코스 완주였다.
1. 대회에 나서는 순간부터 골인 지점에 올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풀면 안 되는 것을 잊고 너무 여유를 부렸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도로 표지석에 걸려서 휘청하기도 하고, 나중에 사진을 보니 뛰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긴장하지 않았다.
2. 주로에서 응원하시는 분들에게 너무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 손을 약간 흔들며 감사하단 표시만 해도 되는데 너무 반갑게 인사하고 반응하느라 힘이 많이 들어갔다. 모든 힘을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천천히 소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3. 계획없이 달렸다. 일정한 간격과 시간을 안배하지 않고 달렸다. 물론 처음 나간 풀코스 도전이고, 오버페이스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기의 상태가 어떤지는 확인하며 생각했어야 했다. 생각 없이 달리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42.195Km의 긴 거리를 완주했다는 사실이 즐겁고 놀라웠다.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한 번 완주한 것인데도 말이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놀라운 일들이 놀랍게 생기고, 모든 일이 기적 같은 날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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