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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거짓말 하는 남자와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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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거짓말하는 남자와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여자의 이야기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우리 사이가 뭔데? 좋아한다는 감정은 여러 사이에 다 있잖아. 그러니까 네 감정은 말고, 너한테 내가 뭔데? 오십이 되어도 관계를 명명하고 싶고, 또 한편으론 그 이름은 전혀 중요치 않구나." 남자가 말했다.

 

"꼭 그렇게 관계를 단어로 정확히 규정해야겠어? 친구, 애인, 연인, 그 몇 개 되지도 않는 단어로? 너 그런 얘 아니잖아. 이름 붙이는 단어가 중요한 게 아냐. 아무것에다가 이름 붙이고 제한하지마!" 여자가 말했다.

 

백 만년 만에 본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의 역사학자 정민(성기윤)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우미화)이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에 대한 대화를 통해 엇갈리기만 했던 남자와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빠는 아니었던 딸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다. 극 중 우미화는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 역을 맡았다. 배우들의 조합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 이거 거 꽤 중요하다. 

 

남자와 여자는 그중에서 친구이자 연인이면서 아빠이기도 하고, 한치도 물러섬 없는 토론으로 서로 천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 연옥이 정민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이에, 정민은 다른 여자와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부부는 아닌데 둘 사이에 딸 이경(백수민 역)이 있다.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관계 속에서 서툴면서 자연스러운 둘 사이의 미묘한 여러 가지 내용을 담는다.

 

"할 일 없이 바쁜 인간아, 오늘 저녁에 시간 좀 내라." 여자가 말했다. 

 

"늘 기다리는 일이 무슨 바쁜 일이겠니? 장난 치지 마. 무슨 일인데?" 남자가 말했다.

 

"연극 가자고. 혜화역 예그린시어터 8시 [그와 그녀의 목요일] 검색해 보고 알아서 와. 회의 마치고 갈게."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버릇처럼 일찍 출발한다. 오랜만에 멀리 가는 외출이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간다. 일찍 도착해 근처에 우연히 서점이 보여서 지하 서점으로 간다. 요즘 핫 하다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을 산다. 핫 하거나, 쿨 한 것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금방 잊힌다. 그런 것들 쫓아다니느라 휩쓸리고 방황하는지 모른다. 유한한 삶이 변하고 짧아서 아름다운 이유가 되는 것하고, 핫 하고 쿨 한 것들이 생명력이 없어 일찍 사라지는 것 하고는 관련이 없다. 추위와 더위를 잘 타는 여자는 진한 그레이 코트에 남색 바지 차림이다. 풍성한 자주색 목도리를 칭칭 감고 온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라서 배우들의 표정과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아서 좋았다. 꼭 앞자리가 아니어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지니고 싶다. 세상에 어떤 공연이라도 앞자리 아닌 데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기자와 역사 교수가 젊은 시절부터 살아온 삶이 어긋나고 결국은 딸과 화해하는 이야기야. 연옥은 병으로 죽겠지. 마지막까지 그들이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말했다. 

 

"극 중 배우 연옥과 정민을 연기한 배우들이 마음에 들었어. 표는 며칠 전에 산 거야." 그가 말했다.

 

"아니, 내가 약속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여전히 뭐든 네 맘대로구나. 선물 받는 기분인데." 남자가 말했다.

 

죽음을 앞둔 여자의 이야기로 연극은 시작된다. 우리 인생은 연극의 내용보다 훨씬 더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마주하는 삶은 어떤 문학적, 연극적, 음악적 표현들보다 늘 본질에 가깝다. 그래서 피하기만 한다. 연극은 그럼에도 그녀의 삶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고 둘러말한다. 정말 원하는 것에서 일부러 도망치고, 확신이 없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치고, 정확히 남자나 딸에게 괴로움을 준 그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늘 항변하듯이, 여자는 진짜로 원하는 것은 혹여나 갖지 못할까 봐 너무 쉽게 포기하고 (심지어 말도 못 꺼낸다), 딱히 확신이 없는 일에 올인 한 뒤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상처를 준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려고 했던 여자말야, 그렇게 살았는데도 힘들었고 외로웠고 어떤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했던 연옥에게 연민이 가네." 남자가 말했다.

 

"근데 마지막까지 결국 자신의 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너무한 거 아냐? 한 번쯤은 저주하고, 욕을 퍼붓고, 발버둥이라도 쳐야 되는 거 아냐? 남자 있지? 정민 뺨이라도 몇 대 날려야 되는 거 아니냐고? 얼마나 억울하니?" 남자가 말했다.

 

"그래. 언제든 저주하고, 욕을 퍼붓고, 발버둥칠 수 있어. 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네가 이야기 한 적 있지? 연옥이라는 인물이 밖에서 봤을 때 연민이 가는 사람이야.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 속에 아픔이 있는 거라고. 하지만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연옥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 보여. 연옥에게 '당신 잘 살았다', '아름다운 삶이었다'라고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엇보다 연옥 스스로 위로받았으면 좋겠고." 여자가 말했다.

 

"늘 자기일만 열심히 하며 살던 연옥이 자신의 20대, 30대의 삶을 돌아보고 관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거야. 물론 항상 자기는 최선이라고 선택하고 살아왔지만 나중엔 그게 최선이 아닌 거야. 물론 관계를 정리하고, 다 내려놓고 갔겠지만 많이 외로웠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화도 나고 말이야." 남자가 말했다.

 

항상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마치 금기처럼 묻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설사 누군가 먼저 자기 이야길 해도 모든 것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깊은 만남을 이어가려면 적어도 많이 버려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비싼 밥을 배 터지게 먹거나, 억지로 끼니를 때우는 것보다 조금 평범한 음식이라도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여자를 사랑했지만 사랑하기가 힘들었던 정민은 비겁하게 다른 길을 간다. 무엇이든 주저함이 없는 강한 연옥은 늘 쿨한척하지만 솔직하지 않다. 바위 틈에서 피어난 꽃이 바위를 반으로 자른다. 지표면 아래를 따라 흐르는 물이 얼어 도로를 들어 올린다. 한 순간의 엇갈림은 그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고 다시는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見河-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듯
우린 목적지를 알지 못해요.  
삶에 머물며
강물에 떠가는 나뭇가지처럼
흘러가다
현재에 걸린 우리
그대는 나를
난 그대를 이끄는
그것이 인생
"

 

 

[풀영상] 윤유선 '그와 그녀의 목요일' 프레스콜 - 1시간 11분

https://youtu.be/SVYh8B4i-9U

 

 

[컬처]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2017 공연 하이라이트 1부  

https://tv.naver.com/v/1838409

 

[컬처]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2017 공연 하이라이트 2부

https://tv.naver.com/v/183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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