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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어느 새 부모님이 老人(노인)이 되었다. 무얼 보고 사는 건지.


어느 새 부모님이 노인(老人)이 되어있었다. 무얼 보고 사는 건지 모르겠다. 

  사는 게 힘든 일이다.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하게 보이는 때가 가끔 있다. 그런 기분은 며칠 간다. 그러다가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쉽게 사는 사람도 없다고 어거지로 생각한다. 나에게만 닥친 상황도 아니니 마음 놓고 편하게 생각하자고 나에게 말한다. 그래야 세상의 행복으로부터 소외된 느낌을 버릴 수 있으니까.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면 그 마음의 거울에 비춰지는 실제 대상은 곧 사라진다. 마음의 거울에 달이 뜨고, 새가 날고, 바람이 불고, 꽃이 핀다고 해서 마음이 춤을 춘다면, 모든 게 지나가고 나서, 마음의 거울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 곧 조용해져야 하는데 힘든 일이다. 결국은 마음을 놓고 살아가는 것이나, 마음을 챙기며 살아가는 것이나 다를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얼 보고 사는 지 모른다는 것, 지금 흐르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사방 만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들을 잊지 않는 일이다.

 남자는 전혀 몰랐다. 부모님이 어느 새 늙어버린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올바른 일이 항상 이길 수도 없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지낼 때는 늘 올바름이 질 수 밖에 없다. 관계, 장소, 상황에 관계없이 올바름이 이겨야 한다고 믿고 사는 사람들은 참거나 아니면 달아나는 길 밖에 없다. 아버님이 점점 약해지신다. 조금씩 아프면서 힘들어 하신다. 질병 수명 단계로 들어 온 지는 꽤 되었으니 굳이 언제부터 인지 생각할 겨를은 없다. 피부는 피부대로 이상하게 각질과 가려움으로 고생하고, 원래 신경질적인 분이 더 화를 내는 건지 투정을 부리고, 얼마 전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뒤로 이번 명절에는 거동도 힘드시다. 자신의 몸을 혼자 씻지 못하는 때가 곧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버럭 화내시고 잔소리가 멈추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났다. 침대 옆으로 긴 줄에 매달린 종이뭉치가 보인다. 일어나실 때 잡고  일어나는  모양이다. 집안 곳곳에 노인이 움직이기 편한 구조와 시설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워낙 내색을 하거나 무얼 요구하지도 않는 분이시다. 아마도 힘겹게 엄마의 삶을 이겨내느라 속으로 삭이면서 지내시리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거리낌이 있듯이 엄마도 엄마의 생각이 있고, 엄마의 방식이 있고, 엄마의 기준과 판단이 있다. 남자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한 적이 없다. 엄마의 사랑을 5명이 나누어 받고 자라면서 엄마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자식들이 지켜보고 관심을 갖는 대상이 아니라 마치 허공처럼, 집안을 가득 채운 공기처럼 여기고 지냈다고 생각하니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들은 원래 다 그렇게 지내나? 아니면 남자의 엄마만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그런 걸까? 착하고 순진하다는 말은 누구나 재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그냥 다 누구나 있는 그런 게 자랑이 될까? 이기적이라든가, 악하다든가, 선한 마음 따위의 말들처럼.   

  남자는 여기서 말문을 닫고, 전부 내려 놓기로 한다. 몹시 귀찮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생각하기가 피곤한 모양이다. 정리를 하거나 무엇인가 결론에 도달 할 때는 생각이 생각을 부르는 생각을 하는 단계를 거쳐 이르게 된다. 남자는 조용한 사람이 아니라 얽힌 실타래를 푸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전부 조각조각 끊어버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무슨 단계적으로 생각하고,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을까?    

  정초가 지나자 마자 상가집에 다녀왔다. 동네서 아는 분인데 6개월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제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고아가 된 것을 알고 있는 지 모르지만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명절 연휴라서 그런지 조용했다. 앞으로 비빌 언덕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비빌 언덕이 없어지게 되면 우리가 다른 사람이 비비는 언덕이 되는 건가? 그러면 나도 부모님처럼 말도 안되는 질문을 받고 그들이 비빈다고 생각하는 대답을 해줘야 할 나이인가? 사실 나는 '이런 정신나간 놈'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은데 그러면 두 번 다시 비비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見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