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란

지구빵집 2019. 6.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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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함께 보내도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대부분은 사소하고 보잘것없다. 우리가 지내는 일상을 가만히 생각해 봐도 그렇다. 아침이 오고 눈을 뜨고 이불을 개고, 아침을 차리고, 설거지하고, 차를 한잔하고 쉰다. 그리고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어둑어둑 해가 지면 다시 만나 대충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잠자리에 든다. 우리가 보내는 매일매일은 어쩌면 하루 일상이 지독하게 반복하는 일이다. 아주 놀라울 정도로 다르지만 우리는 같다고 생각하며 보낸다. 살면서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날은 특별한 일을 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약간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행사에 참석하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에 가기도 한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날들도 매년 하게 되니 사람의 일생으로 보자면 매년 반복하는 일임에 다름없다.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차를 한잔한다고 해도 그것은 일상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일상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끝내야 하는 시간이 온다는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두 번이나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더라도 그 순간이 마지막이다. 설령 그렇게 헤어진 시간이 다시 오지 않고, 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언가 대단히 잘못된 것도 아닌 하나의 독립적이면서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일이다. 남자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비틀비틀한다. 겨우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와는 단 하루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시간까지 일상을 같이 보낼 수는 없었다. 단 하루를 보낼 수 없으니 며칠이라는 시간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실망한 남자는 반드시 사소한 일상을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끔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배송기간이 4주 정도 되는 택배를 받는 기분이다. 주문은 했지만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은 선물처럼 기분 좋은 일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상을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지옥 같은 일이다. 차라리 지옥에서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은 그토록 소중한 것이다.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은 아침에 일하러 나가더라도, 밤에 다시 만나 일상을 가져간다. 그들은 모든 일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몸으로 알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은 특별한 만남이나 독특한 삶이 아닌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다. 일상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늘 반복되지만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만 함께 할 수 있다. 남자는 그와 '일상'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우울해졌다. -見河-

 

일상의 대부분은 사소하고 보잘것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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