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법칙 34.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라. 성공 공식의 진화.
특정한 모양을 갖추고 눈에 보이도록 구체화한 계획을 세우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
적이 파악할 수 있는 모양을 갖추지 말고
언제든 변모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며 움직여라.
확실한 것도 없고 고정된 법칙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처럼 유동적이며 비정형 상태로 가는 것이다.
영속성을 갖거나 변함없이 지속하는 질서 따위는 믿지 말라.
모든 것은 변한다.
전술의 요체는 그 전략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형태의 감추며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적이 전혀 대처하지 못한다. 유능한 장수가 승리를 거두는 비결은 신묘막측한 지혜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수법의 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만이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현인은 심오한 지혜로 자신을 감추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비정형을 띠고 움직여 그 의도하는 바를 읽을 수 없게 만든다. (회남자 淮南子), 기원전 2세기
스파르타를 파멸시킨 것은 아테네의 군대가 아니라 돈이었다. 돈은 기회가 주어지면 어디든 흘러간다. 돈은 통제할 수 없고 특별히 정해진 패턴도 없으며, 본래 무질서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결국 돈이 스파르타 제도에 침투하여 보호 갑주를 부식시켜 아테네를 정복자로 만들었다. 두 체제 간의 싸움에서 아테네는 새로운 형태를 갖출 수 있을 만큼 유동적이고 창의적이었던 반면, 스파르타는 더욱 경직되어 끝내 부서지고 말았다. 동물이든 문화든 개인이든 세상 이치는 동일하다. 모든 유기체는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보호장치, 즉 딱딱한 외피나 엄격한 제도, 위안을 주는 종교 등에 의지한다. 이런 보호 장치는 당장은 제구실을 할지 모르지만 장기간에 있어서는 재앙을 초래한다. 경직된 제도와 방식에 짓눌린 국가는 움직임이 둔해지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해, 뒤뚱거리며 더 느리게 걷다가 공룡이 맞이한 운명을 따르게 된다. 신속하게 움직이고 적응하지 못하면 멸망의 지나갈 뿐이다.
이 운명을 벗어나기 위한 최선책은 고정된 틀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어떤 포식자도 보이지 않는 것은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 갑옷은 매력적이지만 결국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 생명체는 숨거나 잽싸게 도망가거나 반격하거나 여럿이 힘을 합쳐 공격 또는 방어를 하거나 딱딱한 등딱지나 가시를 둘러 자신을 보호한다. 갑옷에 대한 실험은 대부분 실패했다. 갑옷을 보호수단으로 삼은 생명체는 대부분 움직임이 둔했고 주로 식물을 먹고살아야 했다. 따라서 신속하게 '몸에 이로운' 동물 먹잇감을 구하는 적보다 대게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이런 보호 갑옷 경우를 통에 낮은 지나 단계에서조차 정신이 물질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입증된다. 이런 방식이 승리하는 예가 가장 잘 드러나는 예가 바로 인간이다. - 과학이론과 종교, Scientific Theory and Religion, E.W. 반스, 1933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라. 인간은 끊임없이 형식을 창조하고자 한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일은 아주 드물고, 언어나 관습을 통에 그 감정을 표현한다. 형식 없이 감정이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창조한 형식은 유행과 스타일, 해당 순간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다양한 현상들 속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인간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형식을 끊임없이 변경하고, 이러한 변화는 생명과 활력을 표상이다. 진정 '변하지 않는 것', 완고한 형식은 죽음과 같다. 이런 현상은 젊은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회가 부여한 형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 고유의 성격을 연출한다. 이것이 바로 양식을 부단히 변화시키고 형식의 원동력이 되는 활력이다.
인간의 창조물은 추상화, 더 정신적이고 덜 물질적인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 들어와 추상주의와 개념주의라는 위대한 성과를 거둔 예술 분야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비폭력적이면서 더 정교하고 간접적이고 사색적으로 변해가는 정치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전쟁과 전략 또한 이런 패턴을 따른다.
성격이라는 갑옷
현대 세계는 본능을 억제하도록 요구한다. 억제할수록 에너지가 정체되는데, 이러한 상태에 대처하기 위해 자아는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자아, 즉 인간을 구성하는 측면 중에서 위험한 것은 두려움을 주는 외부 세계와 스스로의 욕구 사이에 갈등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을 겪으면서 경직되어 가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자아는 장기간에 걸쳐 자동으로 기능하는 반응 양식인 '성격'을 형성한다. 이는 정서의 일종인 성격이 갑옷을 두르는 것, 시끄러운 내부 욕구나 외부 세계의 타격을 물리치기 위에 딱딱한 외피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 이런 갑옷 때문에 불쾌한 일에 둔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리비도(*)적이고 공격적인 운동성도 제한되며, 따라서 성취감과 쾌감 또한 반감된다. 이때 우리는 자아가 유연성을 잃고 경직되었다고 말하며, 힘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은 그 갑옷이 두께의 달려 있다. - 빌헬름 라이히, 1897~1957
* 리비도: 프로이트(S. Freud)의 정신 분석학(精神分析學)의 기초 개념인 성적(性的) 본능에 의한 충동. 프로이트는 인격 발달 단계를 이 리비도가 지향하는 대상이나 그 고착(固着)으로써 설명하였고, 융(C. G. Jung)은 리비도를 성적 본능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음.
비정형적 전술에서 요구되는 심리 요건은 절대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절대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당신이 방어 중심으로 행동하면 감정을 보인다는 뜻이고 형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러면 상대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계속해서 그곳을 공격한다. 따라서 눈에 선명히 보이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하라. 절대 등을 보여서도 안 된다. 꽉 붙잡을 수 없는 매끄러운 공이 되도록 하라. 누구도 당신의 기반이 무엇인지, 약점이 어딘지 모르게 하라. 얼굴을 보이면, 교활한 동료와 적이 분을 내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역사 전반에 걸쳐 여왕들은 비정형적 통치술을 능숙하게 수행했다. 여왕은 왕과 극히 다른 입장에 있다. 여자인 까닭에 백성과 신하들은 여왕의 통치력과 인품을 의심하기 쉽다. 다툼이 벌어질 때 어느 한쪽을 편들면 감정상 편애한다고 하고, 반면 감정을 누르고 남자처럼 권위적으로 나가면 독한 비판을 면치 못한다. 따라서 본능적이든 경험적이든 여왕은 유연한 통치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있고 결국 이 방식이 직선적이고 남자다운 방식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여성적이고 비정형인 통치 방식은 어려운 환경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이를 따르는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편하다. 유연한 까닭에 강요당하는 느낌이 적고 통치자의 생각에 덜 휘둘리므로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복종한다. 완고한 원칙주의자라면 한 가지만 고집할지 모르지만 유연성을 갖추면 여러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비정형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그 형식이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예측 가능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이는 노쇠화의 첫 단계다. 이 예측 가능성은 사람을 우스운 꼴로 만들기도 한다. 조롱과 경멸은 온건한 형태의 공격이긴 하지만,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에 결국 권력의 기초를 침식시킨다. 존경심을 잃은 적은 대담해지고, 대담성은 가장 작은 미물도 위험한 존재로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대한 의존을 떨쳐버려야 한다. 스스로 택한 형식이 낡은 유물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젊은이의 유행을 모방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젊은이의 찰나적 유행 또한 조롱의 대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정신을 가짐으로써 자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완고함은 송장처럼 역겨운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당신 자신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때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권하는 법칙, 그런 종류 책자들, 현인의 조언을 내던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나폴레옹은 "상황을 지배하는 법칙은 새로운 상황에 의해 폐기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라는 말이다. 다른 이들의 생각해 지나치게 의지하면 종내는 스스로 고민해보지도 않고 그들의 형식을 택하게 된다. 다른 이들의 지혜를 너무 존중하다 자신의 생각을 경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과거, 특히 자신의 과거를 무자비하게 대하라. 외부에서 잠입해 들어오는 철학을 경멸하라.
메르크리우스
날개 달린 전령, 상업의 신, 도둑과 도박꾼 및 속임수를 쓰는 모든 이들의 수호성인. 메르크리우스는 태어나던 날 수금을 고안하고 그날 저녁 아폴론의 가축을 훔쳤다. 그는 자신의 원하는 온갖 모습으로 변신하여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의 이름을 딴 액체 금속처럼 그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장악할 수도 없다. 바로 비 정형이 가진 힘이다.(주기율표 80 Hg, 수은, 水銀, Mercury / Quicksilver)
비정형 전술을 전개할 때는 전체 과정을 관조하며 장기적인 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형태를 갖추고 공격을 할 때는 집중과 속도,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라. 마오쩌둥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당신들과 싸울 때, 당신들은 우리 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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