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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달리기,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 마크 롤랜즈 저

지구빵집 2022. 11. 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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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달리기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마크 롤랜즈 저 

 

달리기는 이미 앞서 달린 모든 사람의 뒤꽁무니를 따라서 달리는 일이다. 달리기 속에서 우리는 읽고도 잊어버린 것들, 삶의 사소함과 사소한 삶 속에서 오래전에 묻혀 버린 것들을 발견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거나 모든 것이 변해가면서 그것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할 말이 거의 없다. 실제로 달리다 보면 경치와 방향이 항상 변화하는데 결국 달리다 보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원점으로 돌아온다. 삶도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육체는 허물어져 가더라도 삶은 아직 살 만한 가치가 있다.” 

 

달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달리기는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본질적인 고유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다. 건강에 좋고, 오래 살려고 하고, 기쁨을 느끼고, 이 지점에서 저 지점까지 빠르게 갈 수 있고 등의 이유는 도구적 가치일 뿐이다. 달리기가 주는 것은 참을 만한 고통과 고통이 지나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솟아오르는 환희의 감정이다. 그마저 오래가지는 못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몸과 마음 모두 내리막길이다. 

 

 

달리기는 건강한 다리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좋은 기록을 내는 달리기 선수도 아니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달리는 사람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달리기를 취미 이상으로 좋아하는 마스터즈에 속한다. 열심히 달리면 어느 정도의 성취를 경험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러너에 불과하다. 어떤 가치가 있는 성취도 달성하는 순간 그 의미를 상실한다. 

 

달리는 사람은 현실이 좀 고단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으려면 몸을 좀 피곤하게 굴려야 할 때도 있다. 행복한 사람이 굳이 달릴 이유는 없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다른 운동도 많다. 무언가 기발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찾는다면 달리기는 우선순위에 들지도 않는다. 달리는 사람은 시궁창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달린다. 달리고 나면 무언가 변할 것이란 사실을 안다. 잠시라도 책임감에서 자유롭기 위해 달린다.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더욱 뚜렷하게 구분하기 위해 달린다. 

 

저자는 삶의 깊은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자다. 달리기와 삶은 도전이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일이고,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고, 놀이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년 이후의 삶과 달리기가 가진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롤랜즈가 달린 이유는 개 때문이다. 혈기 왕성한 개가 집안에 있을 경우 모든 가구와 의자, 살림을 거덜 내지 못하도록 개들의 힘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중년이 넘어가면 대부분의 삶은 잘못되어 가는 데 촛점이 맞고, 삶은 내리막길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누군가는 또 새로운 열정과 야망에 불타오를 수도 있다. 그때 필요한 게 바로 육체적 단련이고, 육체적 규율은 더욱 강한 정신을 갖게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버티고 또 버티는 힘은 거기서 나온다. 철학자 롤랜즈는 달리기의 의미, 목적, 가치와 달리기가 갖는 본질은 놀이라고 이야기 한다. 더 나아가 삶, 사랑, 운명에 대해 흄, 니체, 데카르트의 철학 이론에 대해 독자와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달리기가 육체를 단련하는 하나의 수단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내리막인 삶에서 진정한 가치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도구로 설명하며, 늑대와 개의 무리와 함께 달렸던 저자의 달리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철학적인 주제는 일반인이 읽기에 재미없는 요소일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먼 거리를 달리는 사람이나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초보 러너에게 달리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저자와 함께 달린 100% 늑대 브래닌

 

 

사유는 준비가 되었을 때만 온다. 강제하거나 재촉할 수도 없다. 협상으로 유인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들의 시간이 무르익어야 하지, 내가 준비되었다고 오는 게 아니다. p.092

 

우리의 인식이나 자각은 불가피하게 삶에서 잘되어 가는 것보다는 잘못되어 가는 것에 더 집중한다. 인식은 잘되는 것보다는 잘 되지 않는 것에 더 주력한다. 기억과 기대는 상대적으로 정교한 형태의 인식일 뿐이다. 따라서 기억과 기대 역시 통상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에 더 집중할 것이다. 삶은 모든 생명체에게 나쁜데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증명하려 발버둥 쳐도 다른 특별한 조건이 없는 한 삶은 인간에게 가장 나쁘다. p.192~193 

 

소시오패스가 아닌 정상인들은 상대방에 대한 애착과 염려가 있고, 함께 있고 싶어 하며, 같이 있으면 즐겁고, 헤어져 있으면 슬픈 등 서로를 좋아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감정이 없는 것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수준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p.201

 

아들아, 나를 믿지 말거라. 나는 세상을 안단다. 물론 아빠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나는 내 가장 중요한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너를 실망시킬 것이다. 나는 너를 구원할 만한 그런 대단한 존재가 아니란다. 사실 누구도 그럴 수 없단다. p.208

 

아이와 개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훨씬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체로서 가치가 없는 것은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애쓰지 않고도 본질적 가치를 직관적으로 안다. 내게는 힘든 일이었다. p.242 

 

여기서 중단하면 나는 다음 한 주간 비굴한 소심함을 이기지 못한 나를 저주하며 지내리라. 한 주 내내 '만약 내가 달렸더라면?'이란 질문을 계속 던지며 괴로워할 것이다. 만약 시도하고 실패한다면, 즉 남은 21km를 달려보고 내 능력을 벗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최소한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알고, 정확히 내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알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250 

 

내가 달리기를 중단해야 하는 모든 이유는 내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나를 강제할 수 없다. 그 이유들은 내가 인지하기 때문에 내 일부가 아니다. 내가 인지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무엇에 대한 것도 아니다. 그것들의 의미는 그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를 가지든 그것은 내가 부여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내 선택이다. 이것이 샤르트르의 기념비적인 초기 베스트셀러 '존재와 무'의 핵심 논지이다. p.266 

 

두 달 전만 해도 5시간은 상상도 못 할 형편없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p.276 

 

그러나 내세 같은 것은 없다. 우리가 죽을 때 정신이 가는 천국은 없고,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정신이 여행하는 형상의 세계도 없다. 본질적 가치는 현세에 존재하며, 그것만이 유일한 세상이다. 그리고 현세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정신만큼이나 육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p.302 

 

삶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것은 가장 명백한 것인데 너무나 명백하여 정확히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p.311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나의 공식은 아모르파티 amor fati, 運命愛이다. 달라지는 것도, 미래나 과거로 가는 것도, 영원히 통틀어 어떤 것도 더는 원치 않는다. 모든 이상주의는 필요한 것의 앞에 서는 허위에 불과하니, 필요한 것은 절대로 숨기지 말고 그저 견디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저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p.312 

 

 

저자: 마크 롤랜즈 (Mark Rowlands) 

 

영국 웨일스 뉴포트 출신의 괴짜 철학자이자 현재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그가 11년간이나 동고동락했던 그의 오랜 친구 늑대 브레닌 이야기는 세계 15개국에서 출간되고 전 유럽 아마존 6년 연속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대표작 '철학자와 늑대' 덕에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젊고 매사 삐딱했던 저자는 이 놀라운 책에서 가슴 찡한 늑대의 철학을 빌려 우리 인간의 모습을 날것으로 보여 줘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나이 오십을 2년 앞둔 저자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까칠하지만 전반적으로 완숙해진 중년의 철학자 모습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이번에는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웨일스의 돌산에서, 프랑스의 해변에서, 플로리다의 늪지에서 그리고 마이애미의 마라톤 출발선에서 달리고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의미를 전한다. 특히 나이 들어 비로소 얻게 되는 진정한 자유와 끝없이 반복되는 환희의 세계로 안내한다.

 

주요 저서로 대표작 '철학자와 늑대'를 비롯해 '동물권' '동물의 역습' '동물은 윤리적일 수 있는가' 'SF철학' '내가 아는 모든 것은 TV에서 배웠다'가 있다. 

 

 

철학자와 달리기,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 마크 롤랜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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