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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른 여정을 갖고 있다. 127회 보스턴 마라톤 완주

지구빵집 2023. 4. 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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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른 여정을 갖고 있다. 127회 Boston Marathon

 

- 가장 멀리 갔다.

- 해외마라톤 신기록 달성 4시간 22분 15초.

- 여행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강도가 중요하다. 

 

 

단테는 스승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무시무시한 문구가 쓰여있는 문을 통해 지옥으로 들어간다. 지옥문 입구에서는 아래와 같은 글이 쓰여 있다. 127회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 존에프 케네디 공항으로 향하는 7명은 모든 희망을 버렸다. 보스턴 마라톤 42.195km 코스는 아주 힘든 코스였고, 일기 예보를 보면 대회 날은 몹시 춥고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고, 즐겁게 달리라는 말은 영혼이 멀쩡할 때나 즐길 수 있고, 13시간 비행은 대회 날까지 육체를 지치게 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늘 예측하기 때문에 늘 망했다.

 

 

"나를 거쳐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길 잃은 무리 속에 들어가노라.
정의는 내 높으신 창조주를 움직여,
성스러운 힘과 최고의 지혜,
최초의 사랑이 나를 만드셨노라.
내 앞에 창조된 것들은 영원한 것들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죽음만이 너희에게 자유를 주노라." 

 

 

작년 7월 LA에 살고 있는 선배 집을 방문해 2주 동안 머물렀고 그 기간에 UCLA에 사시는 동호회 선배 SS를 만났다. 보스턴 마라톤에 오라며 'BOS 22'가 인쇄된 펜던트를 받았다. 돌아와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할 사람을 모았다. 이때만 해도 정말 가는 건지? 이러다 말겠지 했고, 실제 대회가 열리는 날까지 너무 먼 계획을 잡아서 반신반의했다. 보스턴 마라톤 기준 기록이 없어 '초청장' 모드로 신청을 하고 8월 예약금과 12월 중도금을 차를 팔아 입금하고 마지막 2월에 집을 팔아 잔금까지 약 500만 원을 내고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 마라톤이 좋은 이유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 400개 마라톤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니 어느 지역에나 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어디서나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축구나 야구를 한다고 전 세계를 다니며 경기를 하지는 않는다. 

 

 

보스턴 마라톤 배번과 기념 잠바

 

경험이라고 했니? 사람들이 말하는 경험도 일종의 교묘한 소비와 같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올라오는 것들이 좋은 예다. 모든 있어 보이는 소비는 멋진 사진을 건지게 하고, 보는 사람은 똑같은 소비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을 갖고, 젊고 나이 어린 사람은 심리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들게 한다. 훨씬 의미 있고 조용하며 개인적인 경험은 별로 주의를 끌지 못하고 화려하고 웅장하고 값비싼 경험만 쉽게 보인다. 경험을 많이 하라는 말은 불편한 행동을 많이 하라는 말로 대체되어야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몰입하는 시간, 구글 아트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감동을 받는 것,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일,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행동을 많이 하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

 

일정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후 뉴욕 관광을 하고 2일 차에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보스턴으로 약 4시간을 버스로 이동한다. 보스턴에 도착해 다음 날 EXPO에 참가해 배번호 BIB번호를 받고 보스턴 시내를 둘러본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다. 다음 날 아침 귀국이다. 비행기에서 이틀을 보내면 4일 안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한다. 정말 짧아도 너무나 짧은 일정이다. 이런 짧은 시간을 길게 느끼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정적인 시간을 많이 가지면 길어진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니면 요가 수련이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제법 길게 느낀다. 

 

 

지옥으로 가는 일정

 

보스턴을 다녀오는 왕복 비행이 모두 낮에 13시간을 난다. 미국으로 갈 때는 하루를 벌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하루를 반납한다. Boston Athletic Association에서는 일정 경비를 더 부담하는 조건으로 여행사에 참가 티켓을 배부하는데 그 초청을 이용해 참가하니 여행 스케줄이나 시간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게 또 좋은 일이다. 예정대로 12시경에 도착하면 양해를 구하고 Met라고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방문할 생각이었다. 우리의 뇌는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LA와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갔을 때에 더 가장 먼저 미술관이나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했다. 어디를 가도 반드시 꼭 가야 할 곳을 선택하라면 미술관을 선택할 것이다. 보는 눈이 있거나 잘 아는 것 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냥 느낌이다. 

 

여지없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이번에 여행사를 통해 참가하는 러너들은 18명이다. 인천 공항에서 ESTA(전자여행 허가제) 발급 문제로 4명이 출국 수속을 밟지 못해 10시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남았다. 밥을 두 번 먹고 간식을 한 번 먹고, 영화 4편을 보고 출발할 때와 착륙 전 2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건조하고 지루한 비행이 끝나고 미국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2명의 입국 수속이 늦어져 짐을 찾고도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공항을 나서고 그때까지 밥을 먹지 못해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먹고 자고 화장실 사용하는 것만 제대로 되면 세상에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뉴욕 이곳저곳을 전용 버스에서 바라보며 맨해튼의 타임 스퀘어로 이동했다. 사람이 붐비고 가장 비싼 광고판이 있는 곳이 볼 게 뭐가 있을까?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간판에 불이 들어오자 조금 볼만했다. 센트럴 파크 카페에 앉아서 뉴욕 빌딩을 바라보며 커피나 마시는 것이 훨씬 좋았겠다. 

 

숙소로 돌아가 길고 길었던 뉴욕의 첫날을 정리한다. 한국에 남아있던 4명은 저녁 7시 비행기로 날아와 결국 밤 12시에 묶고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은 오전에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록펠러 재단 건물을 방문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올라간다. 오후에는 보스턴으로 이동한다. 여정(旅程)을 뜻하는 꼽으라면 영어로 journey라고 하는데 여행을 뜻하면서도 문어체에 가깝고 매혹적인 단어다. 떠나는 순간에 방향만 정해지고 다른 것들은 모두 정해지지 않은 의미가 있어 좋아하는 단어다. 낭만적인 단어다. 인생의 여정이라고 말할 때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보스턴에 도착해 쉬고 다음 날이니까 뉴욕 도착 3일째 EXPO가 열리는 곳으로 배번 BIB 번호를 받으러 갔다.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는 약 32,000명의 러너는 모두 2~3일 일정으로 열리는 EXPO 행사에서 배번호를 받아야 한다. 번호를 받고 보스턴 마라톤 기념 잠바와 긴팔 티셔츠를 사고 다른 참가 일행들은 MIT 대학교와 하버드를 방문한다. 학위가 없으면 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양해를 구하고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으로 향한다. 영화 존 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 속 장면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예술품, 박물관, 뮤지엄, 미술관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뿐이다. 단순한 게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 한 번이라도 확신을 주면 무조건 따르는 게 인간이다. 그게 죽음일지라도 말이다. 보스턴 미술관에서 꼭 보고 싶은 것은 모스 부호를 발명한 과학자의 고양이 그림과 고호, 고갱, 모네의 작품이다. 점심을 미술과 식당에서 먹고 그림을 구경하고 모네의 수련 그림을 사고 택시를 잡아타고 일행이 마침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라 다시 만나 숙소로 돌아왔다. 

 

4월 17일 드디어 대회날이다. 127회 보스텀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다. 물론 멋지게 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그랬으니까 말이다. 기록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일기 예보에는 비가 하루종일 내리고 온도가 낮아 춥다고 한다. 즐겁게 달리고 주로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걷지 않기로 한다. 보스턴 마라톤 출발 장소는 Hopkinton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한참 멀리까지 실어다 준 버스는 골인 지점으로 돌아가고 여기서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한참을 간다. 버스에서 내려서 큰 운동장으로 가서 출발 시간인 11시 15분까지 대기한다. 다행히 큰 천막 안에서 비는 피할 수 있었다. 3시간을 비가 오고 쌀쌀한 날에 기다리려니 지옥이 따로 없다. 드디어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출발지점으로 가는 내내 가득했다. 지옥에서 살아 나가려면 달리는 수밖에 없다. 살아남아야 한다. 아마도 지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돌아가면 모두가 우리를 두려워할 것이다. 

 

찬물로 매일 샤워를 한다고 해도 추운 것은 나랑 맞지 않는다. 여행 기간이 너무 짧은 것도 아쉽다. 달리기 위해 가장 멀리 왔다. 4시간 22분에 완주를 하고 유니콘이 노란색으로 새겨진 보스턴 마라톤 메달을 목에 걸었다. 더 긴 이야기는 사진을 추가해 따로 이야기하기로 한다.

 

 

127회 보스턴 마라톤 메달

 

 

 

보스터 마라톤 기록

 

보스터 마라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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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마라톤 사진  Marathon 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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