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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모든 거리가 힘든 이유. 2023 서울 하프 마라톤 접수

지구빵집 2023. 4.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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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참 많이 달렸다. 물론 앞으로는 더 많이 달릴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지내봐야 아는 것. 단지 지금 달릴 수 있다면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나가기로 한다. 진정한 삶은 그런 데서 느낄 수 있다. 4월 17일 보스턴에서 풀코스를 달리고 요번 주 일요일 4월 30일은 2023 서울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달리는 선배들이 늘 이야기한다. "10km도 힘든 것은 힘든 곳이고, 20km도 그렇고 풀코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다. 많이 달린 사람, 오래 달린 사람은 더 쉬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보통 1년에 풀코스는 4번 정도, 하프 마라톤은 10번 정도 달리고 서울마라톤이나 춘천마라톤을 대비한 훈련 기간에는 20km와 32km는 매달 한 번씩 달린다. 

 

 

2023 서울 하프마라톤 배번과 티셔츠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어렴풋 이해가 되고, 지금은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똑같은 거리가 초보자에게 아주 힘든 거리가 되는 것처럼 달리기를 오래 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다. 잘 달리는 사람이 초보자와 같은 속도와 유람하듯이 달리면 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보통 그렇지 않다. 각자 가지고 있는 페이스를 유지하고, 더 좋은 기록을 원하고 마침내 완벽하게 달리기 위한 과정은 아무리 오래 달린 사람이라 하더라도 거리가 짧다고 쉬운 일은 아니다.

 

 

2017년 서울 하프마라톤 - 4월 30일 서울 하프 마라톤 후기 2시간 29분 1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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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9일 서울 하프 마라톤 완주,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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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오픈 하프마라톤 21.0975km 1시간 49분 1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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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뜨거운 여름에 열리는 대공원 혹서기 마라톤이나 공주 백제 마라톤 대회는 풀코스를 신청하고 하프 코스만 달리고 그만두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온몸의 물이 빠져나가고 그다음 영혼이 빠져나가고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에 포기할 때도 많다. 물론 그렇게 달리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놀지만 어쨌든 달릴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접수를 받고 대회는 이번 주 일요일에 열린다. 물론 동호회 모임에서 일정을 알려주지만 혼자 달리는 러너는 수시로 마라톤 사이트를 다니며 체크해야 한다. 코스는 광화문 광장에서 8시에 출발해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에서 10km를 달리는 러너들을 떨구고 양화대교를 건너 상암동 월드컵 공원 평화광장까지 달린다. 서울 시내 도로를 모두 통제해 지평선이 보이는 도로를 달릴 때도 좋지만 가장 좋은 기분은 예상하듯이 마포대교와 양화대교를 건널 때다. 한강 위에 다리가 한쪽 10차선 정도를 온통 러너들이 점령하고 달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멋진 장면이다.

 

서울 하프 마라톤에서 가장 가장 힘든 구간은 17km 지점부터 시작한다. 코스맵을 보면 17km 바로 왼쪽 옆으로 평화공원이 보인다. 기대하기로는 조금 더 가면 반환점이 나오고 여기까지 돌아오면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뿔싸 한참을 더 달려도 반환 지점이 나오지 않고 쉽게 지쳐버린다. 반환점을 돌아 평화공원까지 와야 경주가 끝나는데 그 4km를 달리는 길은 정말 힘들다. 매번 엄청 더운 날씨였고 가도 가도 반환점이 나오지 않는데 속이 다 탈 지경이다. 결국 반환점이 나오고 검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계속 달려 평화공원으로 들어와 하프 코스 달리기가 끝난다. 

 

아직도 늘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 쓴다. 여전히 1km를 달리는 페이스를 항상 같도록 유지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달릴 때는 늘 다른 주자들을 배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달리는 일을 잊을 때도 있다. 모든 순간에 집중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실제 세상에서 살아간다. 모든 감정과 마음이 불러오는 느낌을 피부와 뇌와 정신으로 느끼고, 몸이 주는 즐거운 것, 아픈 것, 고통스러운 것을 그대로 체험하며 살아간다. 자연이 주는 바람, 햇살, 안개, 비를 경험하고 또 알아채는 모든 순간을 한 순간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이 세상에 실재하고 아주 구체적인 존재다.

 

그 완벽하게 실재(實在)하고 구체적인 존재로 사는 것을 확실히 느껴야 한다. 인생은 한 번 뿐이지만 정말 제대로 산다면 한 번으로 충분하다. 매 순간을 제대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소한 것들, 하루에 세 번 이 닦는 것, 하루 세 번 밥 먹고, 운동을 반드시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이 가능하게 한다. 나가서 달려라.

 

 

 

2023 서울 하프 마라톤 코스맵

 

2023 서울 하프 마라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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