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언젠가 오늘을 회상할 때

 

 

 

나중에 언젠가 오늘을 회상할 때 후회가 없으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일을 하고, 만나야 하고, 달려야 하고, 용서하고, 감사하고, 연민을 품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말이다. 뭐라도 한다. 쓸데없고 하찮은 무엇이라도 하란 말이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늘 바쁜 아들이 오랜만에 시간을 내준다. 보통 훈련이 있는 날은 4시 30분에 일을 마치고, 훈련이 없는 날은 9시나 10시가 되어야 집으로 간다. 하기 싫어서 마무리 못한 일은 끝까지 기다렸다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도 한다. 남자는 조금 일찍 나와 시내에 있는 마라탕집에서 마라탕과 마라상궈를 사고, 마트에 들러 술을 산다. 아들은 포장을 받아 음식은 음식대로 술은 술대로 펼친다. 수저를 받침대 위에 놓고 앞접시를 준비한다. 아들은 간결한 행동을 잘한다.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행동만 하는 아이는 어디를 봐도 귀엽다.

 

"아들, 시간을 내주어서 고마운데, 요즘 고군분투하고 있는 거니?"

 

"음, 저는 그냥 쉬고 있어요. 일은 잘 되세요?"

 

"나야말로 고군분투 중이지. 많이 두려워. 바보처럼 보일까 두렵고, 가난해질까 봐,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고 하찮게 여길까 봐, 많은 것을 잃을까 봐 두렵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보이시는 분이 그런 생각을 하시네?"

 

"너, 누구 아들이야?"

 

"아빠 아들!" 남자와 아들은 꺄르르르 웃는다.

 

어린 아들이 가진 것은 욕망과 가능성뿐이라서 늘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늘은 아니다. 한결 여유 있고 행동도 느릿느릿하다. 가평으로 동료들과 놀러 간 여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중에 하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야 바꾸려 들지 않는다. 특히 가까운 사람하고는 더 그래야 한다. 

 

삶에서 얻는 것은 어떻게 얻었는가가 중요하다. 어떤 행동이나 노력으로 얻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결국은 가치를 결정한다. 삶에서 의미 있는 것들은 긴 시간을 들여야 얻는다. 사소하고 흔한 것들 말고 정말 의미 있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정성을 다하고 어려움을 이기고 고통을 이겨내고 얻은 것들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아하는 여러색 볼펜, 은빛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