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남자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지구빵집 2023. 12. 3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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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 눈 쌓인 주로를 달렸다. 다른 러너가 밟지 않은 눈 위를 달려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고 보폭은 줄이고 끝없이 흰 벌판을 달린다. 언제부터 달리기가 좋아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나 남의 쇠락을 가늠해 보기가 나의 쇠락을 가늠하기보다 더 쉽다. 관계에 있어 좋은 경험을 한 사람은 사람이 좋게 변한다는 믿음을 갖고,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남자가 잃어버린 이유를 모르는 자부심과 야망, 그게 욕망이라 해도 다시 찾아주고 싶었다.

젊은 날 보여준 오만함과 시덕션, 늑대 무리에 속해 있던 야성을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남자의 그루밍, 태산보다 무거운 약속, 남자가 갖고 싶은 것들을 향한 시선을 다시 갖길 바랐다.

우리의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것들이 자신이 된다. 남자의 서명, 간소한 식단, 말을 닮은 다리, 가는 손목과 발목, 남자의 필체, 눈빛, 꾹꾹 참아내는 인내, 무릎 꿇릴 수 없는 정신을 다시 찾도록 거들고 싶었다.

강가에 데려가고, 성당으로 인도하고, 문 앞에 데려다 줄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고, 구원을 받고, 문을 여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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