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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슬프고 두려운 일이다. - 사람 3부

지구빵집 2017. 12. 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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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가르치는 일  - 사람 3부 -  사람 3부작 마지막인데 두렵다.


이렇게 다시 만날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 남자사람 친구에게 명상과 마라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교육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가르침을 제대로 받는 성격이 아니다. 무엇이든 잘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무얼 가르칠 수 있을까. 단지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할 뿐이다. 명상을 가르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보다 내공을 더 쌓는 게 분명하다. 그의 배움에는 규칙이 있어 보인다. 바보처럼 배우는 모습이 그렇다. 앉는 법, 손 모양, 눈은 감는지, 시간은 얼마 동아 해야 하는지, 알람이 필요한지, 소리는, 빛은,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물어 온다. 알려준 대로 따라하면 되는 것을 끊임 없이 질문한다. 인내를 시험하는 건지, 그러면서 더욱 높은 상태에 도달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남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을 무리해서라도 배우려고 한다. 그런다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모자이크가 맞추어 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까.   


남자에게 달리기를 가르친지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늘 느리다. 일부러 천천이 달리는 건지, 사람이 좋은 건지, 운동을 하러 왔는지, 저렇게 해서 한 가족 건사는 하는 건지, 보기에 정말 답답하다. 그가 나보다 잘 뛸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처음 훈련중에 나와 무턱대고 달리던 때는 무릎이 아프다며 고생했다. 하루가 다르게 그의 달리기 실력이 늘고 있다. 달리기에 탄력이 붙게 되고, 자세가 잡히면 그남자는 나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오랬동안 달릴 것이다. 그를 가르치는 일은 슬프고도, 두려운 일이다. 겁나는 것은 잘하고 빠르고의 문제는 아니다. 나보다 더 잘하게 되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행동하는 영리함이 나에게는 비참한 마음이 들게 한다.


여자에게 블로그를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 비용을 들여가며 운영했던 홈페이지 이야기를 했다. 꽤 오랬동안 블로그를 운영한 남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알려주고, 초대장을 보내 블로그를 만들게 하였다. 최고의 블로거로 만들어 주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남자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여자는 배우는 게 남다르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30개의 글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다. 가끔 블로그를 방문하면 하나씩 늘어나는 글이 아름답다. 어느날은 노트북을 가져갔다. 같이 보면서 블로그에 대해 설명할 때가 있다. 


옆에 앉아있는 여자는 내가 아는 사람보다 키도 훨씬 크고, 하얀 피부에, 가는 손목과 아주 작은 손, 가는 발목을 지니고 있었다. 짧고 단정하게 묶은 단발 머리에서는 꽃냄새가 났다. 가르치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커피를 마시고,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로 녹차를 우려내 마시기도 한다. 그러니 컴퓨터를 보며 부지런히 설명하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가르친 것을 혼자 해보는 시간은 어리둥절 하기도 한다. 


글에는 사진을 반드시 넣는 게 좋다고 하면 사진을 넣는다. 여자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질문이 필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지도 모르겠다. 관심 분야에 대해 무엇이든 찾아 읽고 나타나는 사람이다. 세세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선문답을 건네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만나지 않은 동안의 삶을 알 수는 없다. 그런 궤적을 시시콜콜 이야기 할 시간도 없다. 듣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여자를 가르치는 일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나보다 더 잘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두렵고도 슬픈 일이다. 한편으로 환희와 다른 한 편으로 절망을 느끼는 시간은 곧 올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보다 더 잘 하게 되는 일도 두렵지만, 그로 인한 변화들이 다가오는 것이 더 슬픈일이다. 머지 않아 그 여자는 자주 포스팅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여자의 글을 보고, 더 여러 곳에서 여자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무슨 마음으로 어디에 서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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