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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로부터 빠르게 사라지는 생물종, 멀어지는 그들도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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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로부터 빠르게 사라지는 생물종, 멀어지는 그들도 아름다울까?


회사에서는 오늘 강의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기말고사를 리포트로 대체하고 놀러간다. 평일 아침 모두가 출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은 자못 신나는 일이다. 마치 수업을 빼먹고 노는 일처럼 묘한 흥분이 간지럽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뮤지컬이나 음악회는 평일에는 밤 8시에 열린다. 밤을 보내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 전시회 갈래? 한 곳에서 두 가지 전시회를 보는 건데." 어떤 전시회인지도, 어디서 하는지도 묻지 않는다.  

"좋아." 


약속을 하면 약속한 순간부터 만나서 헤어지고 나서도 기분이 설레이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지나가면 감당해야 하는 헛헛함을 이겨내야 한다. 여자와의 일정, 하루에 단 하나의 일정, 그 일을 소화해내면 세상이 소멸해도 상관없다.


"어느 전시회 몇시? 어디로 가요?" 오전에 연락이 왔다. 말을 놓지도 않고, 그렇다고 꼬박꼬박 존대어를 쓰지도 않는 어정쩡한 말을 한다. 


"용산전쟁기념관인데 어떻게 갈까? 지하철 탈까? "


"그런데 무슨 전시야? 전쟁기념관에서 하는게 뭐지?" 이제서야 전시회에 대해 묻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동물의  방주. 다빈치  천재의 전원 전시회야." 


"차로 가자. 내가 데리러  갈께." 여자는 걷는 일을 좋아한다. 걷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에 익숙치 않아 보인다.


"그래. 그럼. 몇 시?"


"12시에 아파트 입구에서 보자."


"그래 정문에서 기다릴께." 언제나 명쾌하다. 자기가 정리를 다 하고 기다린다.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는 일도 때로는 피곤한 일이다. 정확히 12시에 아파트 정문에 도착한 순간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나왔을텐데···. 입구가 혼잡해서 그냥 상가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여자도 바로 그때 도착해서 이리저리 보고 있다. 다시 돌아 나가면서 태우고 출발한다. 왜 예전에 좀 더 일찍 태우러 오지 않았을까? 그때는 여기 있는 줄 몰라서인가? 아니면 차가 여자를 태우기에는 미안하거나 자존심이 상하고 괜한 자격지심 같은 마음이 생겨서인가?


여자는 걸어다니는 내비게이터 같다. 자기가 삼각지역까지 항상 다녀서 잘 안다고 했다. 여자가 안내하는 대로 오다보니 금새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너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자는 떡국을 시켰다. 나는 설렁탕이 유명한 집이라고 알고와서 설렁탕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자 자기가 주문한 떡국을 바라보며 나를 쳐다보았다. 


"흠. 내가 먹기 전에 맛을 볼래?" 여자는 커피가 되었든, 음료수가 되었든, 어떤 형태의 식사가 되었든 항상 맛을 보라고 한다. 보통 친하지 않으면 사실 권하기가 힘든 일일텐데 여자는 거침이 없다.


"아냐. 그냥 먹어." 남자는 괜찮다고 했다. 여자는 국물을 한 숟가락 뜨더니 맜있다고 한다.


"다행이네. 속도 안 좋은데. 입맛에 맞으니." 여자는 얼마전까지도 속이 안 좋아 위장약을 먹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무리해서 달려서 그런지 모른다.


"너랑 같이 밥 먹으면 이상하게 부대끼지 않아. 음식이 다 맜있어. 왜 그런지 모르지만." 미소를 가득 머금고 말했다.


"기분은 좋은데. 잘 드세요.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니가 스트레스 받는 건 하는 일이 어렵거나, 네가 능력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고 나에게 말했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라고 하면서." 


남자는 여자가 한 말을 꼭 한번은 다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말이 마음에 들었고, 똑같이 그 말이 여자에게도 해당되어서 다시 말한다. 아직까지 여자는 자기 말을 남자처럼 잘듣는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 남자는 아마도 가장 말을 잘 듣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 말을 듣는 다는 일은 행동한다는 말을 의미한다. 바라고 말하는 모든 걸 다 해도 결국은 같은 편에 설 수 없다. 슬픈일이다. 


밥을 먹으면 조금씩은 남기는 여자가 바닥까지 싹 비운다. 전시관으로 걸어간다. 우리가 주차장에서 올 때는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 식당을 찾아갔는데, 갈 때는 횡단보도로 갔다. 지하로 난 통로는 대개가 멀고 돌아가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도로위 횡단보도를 선호한다. 가는 길에 빵집 앞에서는 수제 빵을 구경한다. 작은 커피숍의 내부를 살펴본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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