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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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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를 의미하기도 하고, 사전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뜻이다. 세간에서는 불륜녀의 이야기, 기생의 한 시절이라고 폄훼하기도 하는 데 일리는 있다. 그런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인생에 단 한 번 온다. 제일 좋았다는 말을 자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가장 좋았던 날이 없었다는 말과 같다. 아니면 늘 좋은 상태였는지도. 한자로는 꽃 화, 모양 양, 해 연, 빛날 화. 방탄소년단이 2015 ~ 2016년에 걸쳐 발매한 화양연화 시리즈로 화제가 된 앨범 이름이다.

 

여자는 중국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고 나온다. 치맛자락이 깃발처럼 날린다는 치파오(旗袍)는 엉덩이 아래부터 양 옆선이 치맛단 끝까지 터져 있는 옷이다. 영화에서 입은 치파오는 홍콩의 유명한 장인 작품이라고 한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화양연화는 2000년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색채와 서정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느릿하게 표현하는 데 천재적인 감독이다. 영어 제목은 In The Mood For Love로 나왔다. 두 사람은 옆집으로 서로 왕래하는 가까운 공간에 머무르고 있지만 서로 등지고 앉아 있는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두 사람은 어쩌다 서로의 아내와 남편 둘이 불륜을 알아채고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거기서 더는 나아가지 않는다.

 

인생에서 있어 가장 찬란했던 순간도 이리 지나가고 있음을 영화는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수많은 메타포(은유, 隱喩, metaphor)로 가득 차 있다. 대사도 별로 없다. 그들의 마음은 미세한 행동에 있다. 반복해서 화면을 가득 채운 빨간 커튼, 빨간 슬리퍼, 영화 전체에 치파오를 입고 나오는 리첸의 치파오가 계속 바뀌지만 색은 동일한 계열이다. 서로가 사랑하지만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의 조심스러움과 연민, 긴장과 두려움, 분노를 표현한다.

 

“우린 그들과 다르잖아요.”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장만옥은 “도덕과 감정이 충돌할 때 자신은 감정을 택하겠다. 도덕을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도덕적 관념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감정을 택하는 것이 낫다. 감성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삶에 충실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도덕적인 규범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라고 말했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든지 모두가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그 길을 가는 게 맞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생을 영위하는 이 순간, 이 시간이 바로 우리 삶의 화양연화다. 우리에게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날은 바로 '오늘, 여기'이기 때문이다.

 

숏 컷, 긴 목, 얇은 팔과 다리, 좁고 단아한 어깨, 가는 허리와 탄탄한 다리를 가진 여자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가끔 이런 말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들으면 진짜 가슴이 뭉텅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우리는 그 시절을 지나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지나쳐 온 날들을 영화가 아니라 사진처럼 기억한다. 먼지로 밖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은 가려져 있다. 희미하지도 않다.  

 

"살면서 너랑 같이 있을 때 제일 많이 웃은 것 같아. 후후 너도 그러니?" 여자가 말했다.

 

"내가 웃어 본 게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정말 많이 웃었어. 너를 언제 만날 줄 몰라서 항상 예쁘고, 좋은 옷만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중이야." 남자가 말했다.

 

"너 참 열심히 달리더라. 왜 그런지 이유는 알겠는데, 그만 달려도 돼. 내가 멀리 안 갈 거야." 여자가 말했다.

 

"점점 나아져서 이제야 겨우 너를 따라잡았어. 너는 이제 나를 따라잡지 못할 거야. 네가 있는 어디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어." 남자가 말했다.

 

"알아. 네가 책을 읽어주면 활자가 반듯하게 줄지어 막 귀로 걸어 들어오는 느낌이야. 집중도 잘되고." 여자가 말했다.

 

"나랑 머 하고 싶은데? 커피 마시고 밥 먹고 같이 시간 보내는 거 말고?" 여자가 말했다.

 

"너랑 하고 싶은 거 딱 하나, 그냥 막무가내로 옆에 오래 있고 싶어." 남자가 말했다. 

 

"멍청하긴, 하하. 내가 너랑 뭐 하고 싶냐면 어, 말해줄 수 없어." 여자가 말했다.

 

"신나게 웃고 들어오면 다음 날 아침에 조금 슬프고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리운 건지, 마음이 약해선지 별로야." 남자가 말했다. 벌써 힘이 빠진 남자는 헤어질 시간을 생각한다.

 

"살면서 엄청 많이 달린 것 같아." 여자가 말했다.

 

"나도 너처럼 그렇게 오래 달리면 말하고 싶어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잘 내려놓을 수 있을까? 또..." 남자가 말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넌 뭐든 잘 배우는 애니까 다 잘할 거야. 널 믿어!" 여자가 말했다.

 

"그래?" 남자가 말했다. 

 

"너랑 있으면 마치 내가 뭐라도 되는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져. 너랑 함께 하는 것들이 나를 빛나게 해 주고, 내가 무얼 해도 만족스럽고 마음에 들게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점점 나아지는 사람이 되는 게 너무 좋고 내가 진짜 마음에 들어, 아주 아주 많이 많이. 하하" 여자가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것 3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 3가지, 합쳐서 6가지를 좋아하게 되는 거지." 남자가 말했다.

 

 

화양연화에서는 마지막에 느린 화면과 더불어 등장하는 배경 음악. 일본 첼리스트 Shigeru Umebayashi가 연주한 Yumeji's Theme는 여자가 나오는 장면과  함께 천천히 흘러간다. 그 묵직한 선율은 여자의 모습을 따라가며 그녀의 마음을 대변한다. 여자는 지나치게 구슬픈 선율에 자신을 맡기며 애초에 사랑이 없었던 ‘무’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무엇이든 무(無)로 돌아가고 예외는 없다. 오! -見河-

 

첼리스트 Shigeru Umebayashi가 연주한 Yumeji's Theme,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FWom5r7D04g

Nat King Cole이 부른 'Quizas, quizas, quizas'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2NMmgKPiAhw

 

연구 논문 

 

1)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의미의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는 2000년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고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한 작품으로 제53회 칸 국제 영화 제 남우주연상과 기술대상을 수상하였다.

2) 심은진, 「왕가위의 <화양연화>: ‘잃어버린 시간’과 ‘되찾은 시간’」 문학과 영상 11, 2010, 655-673쪽.

3) 이태훈, 「영상 스타일을 통한 스토리 구조 강화에 대한 분석 연구 -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 연화를 중심으로」 디지털 디자인학 연구 12, 2012, 165-177쪽.

4) 배수정, 「영화 ‘花樣年華’에 나타난 치파오 스타일 비교⋅분석- 여주인공 수리진의 의상을 중심으로」 生活科學硏究 23, 2013, 43-54.

5) 장우진 「<화양연화>(2000)의 함축 의미 분석 : 욕망의 억눌림과 분출에 대한 왕가위의 투영 적 노스탤지어」 한국 콘텐츠학회 논문지 14, 2014, 54-64.

6) 고민정, 「왕가위 감독의 음악 연출에 관한 연구 : <화양연화>를 중심으로」 상명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2016.

7) 김소영, 「욕망이 충돌하는 일상의 공간, 왕가위 영화의 노마디즘 읽기: <중경삼림>, <화양연 화>, <2046>을 중심으로」 영화연구 76, 2018, 10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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