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러너스

12월 달리기, 달리기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일

지구빵집 2022. 1.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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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달리기, 달리기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일 

 

모든 일이 그래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달리기는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고, 더 많은 성장을 위한 고통이고, 건강한 정신과 몸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일이다. 언제까지 받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지금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친한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도 자신이 어떤 일이 기분 나쁘고, 어떤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는지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말한 대로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었다. 이렇게 지루한 날들도 금세 지나간다.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안 돼도 그만이고.

 

2021년 매월 달리면서 기록한 훈련 일지를 정리한다. 언젠가 이런 일도 물론 의미가 없어지겠지만 지금은 아닐 것이다. 정확히 이런 훈련일지를 매월 쓴 게 코로나가 시작되고 난 2020년 1월 부터다. 상황이 우리를 어디로든 몰아간다. 심지어 막다른 곳으로 몰리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을까.  

 

 

2021년 매월 러닝 포스팅 목록

2021.01.30 - [호모러너스] - 1월 러닝, 달리는 내내 노을을 본다. 서쪽이라서

2021.02.20 - [호모러너스] - 2월 러닝, 실용주의 러너에서 마스터 러너로

2021.03.26 - [호모러너스] - 3월 러닝, 난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간다. 무엇이든 극복할 테니까.

2021.04.15 - [호모러너스] - 4월 러닝, 흐름을 따라 눈부신 달리기를 이어가기

2021.05.31 - [호모러너스] - 5월 러닝, 사람이 세월을 기다리지 세월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2021.06.30 - [호모러너스] - 6월 러닝, 여름은 고난으로 가득한 뜨겁고 열정적인 계절

2021.08.01 - [호모러너스] - 7월 달리기, 장마와 무더위가 여름의 본질은 아니다.

2021.08.31 - [호모러너스] - 8월 달리기,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2021.09.05 - [호모러너스] - 9월 달리기, 달리기가 의미가 없어지면 무언가 채우겠지.

2021.10.31 - [호모러너스] - 10월 러닝, 그토록 뜻밖의 달리기

2021.11.30 - [호모러너스] - 11월 달리기, 달리기에는 삶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목적은 없다.

2022.01.01 - [호모러너스] - 12월 달리기, 달리기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일

 

 

2021년 12월 2일. 목. 6도. 겨울 우중주. 영동 1교 왕복. 13.37km. 1시간 8분 21초 pace: 5분 15초

 

달리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날씨나 몸의 컨디션이 아니라 바로 체온이다. 체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1월 21일 32km를 3시간 14분에 뛰었을 때 깨달았다. 날씨, 옷, 몸 상태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어야만 체온은 달리기에 최적화된다. 가장 즐겁게 달리는 상태는 우리 몸의 체온이 아주 절묘하게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다. 오늘도 체온에 대해 생각했다. 

 

7시에 만나니 6도여서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생각했고, 약간 두툼한 타이즈와 긴 팔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조금 덥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천 클럽 한 분과 같이 영동 1교를 왕복하기로 했다. 반환점을 돌자마자 비가 내린다. 겨울 우중주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한 기분이었지만 금방 사라졌다. 이때만 해도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웬걸 바람이 거세지고 실팍한 차가운 빗줄기가 온몸을 적신 지 한참이 지났다. 신발에 물이 고이고 얼굴엔 차가운 빗방울이 부딪혀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면 달린다. 어쩔 수 없다. 점점 몸이 식으면서 속도가 줄어든다. 다행히 관문 체육공원 도착 2km 지점에서 몸 상태가 저점이기에 망정이지 거리가 많이 남았다면 아주 힘들게 달렸을게 틀림없다. 

 

현자는 과천팀 러너를 200미터 뒤에서 힘들게 함께 뒤에서 달려온다. 나야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직은 누굴 이끌어 주지도 못하고, 이기적인 러너라서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상관할 일이 못 되었다. 나를 포함해 4명의 주자가 출발선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12월 7일. 화. 영동 1교 왕복. 맑음 8도~2도. 12.27km. 1:09:59초. pace 5:42

 

정확히 반걸음 뒤에서 서브-3 러너인 현자가 달리는 자세를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상체가슴 윗부분과 어깨는 위 아래나 앞 뒤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몸통이 미세하게 골반 위를 좌 우로 미끌어지는 데 표시가 나지 않는다. 히프도 흔들리지 않고 다리만 아주 부드럽게 번갈아 움직인다. 달리기에 최적화된, 중심 잡힌 아름다운 러너의 자세를 보고 있다. 매주 일주일에 세 번을 함께 달리면서 무얼 본 것일까? 

 

몸의 중심은 아랫배 단전 위치에 둔다. 거기서 등 쪽으로 끝까지 가면 꼬리뼈로 빠지는 부분이다. 그 위에 쇠구슬 하나를 올려두고 달린다는 기분으로 집중해서 달린다. 현자가 달리는 비밀을 푼 느낌이다. 

 

달리면서 순자 선배와 의견을 조율했다. 매월 한 번은 하프 이상 장거리를 달린다. 조금만 상황이 좋아지면 매월 성자 선배를 한번은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순자 선배는 오픈 마인드가 몸에 밴 사람이라 어떤 의견이든 잘 들어준다. 우리가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직도 달리기 자세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것은 점점 러닝 경력이 오래될수록 갖기 힘든 장점이다. 

 

12월 9일. 목. 하루 종일 흐린 날. 영동 1교 왕복. 

 

12월 11일. 토. 충북대학교 대운동장 7.3km

 

때로는 반짝반짝 빛나며 아름답고 성실하고 단정한 평화로운 날들이, 대부분은 어쩌면 암울하고 지긋지긋하고 구질구질하고 아픈 날들을 번갈아 살아간다. 작은 누나가 일이 있어 인천 집으로 가는 날이라 남자는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가 주말 이틀 동안 부모님을 돌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에 과천을 출발해 부모님 집에 도작하니 11시다. 어머님은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셨고, 아버지는 주간 요양보호센터 나가셔서 보이지 않았다. 부엌이며 베란다와 아버지가 주무시는 방을 죽 둘러보았다. 요양 보호사가 친절하신 분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집이 많이 깨끗해진 느낌이다. 작은 누나가 머무르기에 이 정도지 돌보는 사람이 없다면 엉망이었을 텐데. 이런 단정한 모습도 작은 누나가 자기에게도 생활이 있다며 인천으로 다시 돌아가는 12월 이후로는 어찌 될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그런대로 있고, 누구라도 남자 나이의 부모가 살아 계신다면 모두 비슷하다. 우리가 무한이 시간을 가지고 살아만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얻는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늙어간다는 것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라는 글을 보았다. 부모님은 너무나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나 빨리 사라지기에 남자는 겁이 났다. 사라지게 두었다가는 후회할 것 같아서 남자는 서둘렀다. 사람들은 '다음에'라는 말을 잘한다. 아마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말이라서 그렇다. 다음에 밥 먹고, 다음에 커피 마시고, 다음에 또 얼굴 보자고 말이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으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약속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20%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80%의 거짓말과 그럴싸한 약속을 한다.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말은 20%도 채 안 된다. 사실 20%에만 정성을 다해도 기본은 하고 살아가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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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목. 11.7km. 영동 1교 왕복

 

12월 18일. 토. 13km 관문 운동장 왕복

 

12월 21일. 화. 13km 영동 1교 왕복

 

봄 날씨

 

12월 23일. 목. 0도, 맑고 바람없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지금을 제대로 된 순간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시간이란 놈은 내가 어루만지고 가까이 두어야 내 것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껴두기만 해선 안 된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살아야 할 인생의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 번뿐인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 )

 

12월 25일. 토 번달. 영동 1교, -18도, 바람 불고 아주 추운 날. 13km

삶의 어느 단계에서는 그저 견디는 일만 가능하다. 그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게 아니라, 상처를 견디는 힘을 키워 상처를 입은 채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나가는 법을 배운다. 오늘 같은 날 달리기가 딱 그렇다. 이런 날 달리기는 일종의 역경이자 고통이라서 어둠이 되기도 하고 내면의 빛을 만들기도 한다. 양말 두 켤레, 방한 패딩 두 벌에 바람막이, 장갑 두 개, 방한 모를 뒤집어쓰고 현자, 순자, 식자, 찬자가 일찍 모였다. 식자 선배는 옷을 너무 춥게 입었다. 은근이 걱정이 된다. 중간에 관문 운동장에 다녀오시는 근자 선배를 만나고 탄천 합수부에 다녀온 병수씨를 만났다. 일단 바람을 피해 관문 운동장을 왕복하고 와서 잠실 철교까지 하프를 달릴 건지를 이야기하자고 했다. 추위에 맞서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다.  

 

12월 2일. 목요일 훈련. 13km

12월 4일. 토요일. 번개 달리기. 맑음. -3도. 14.3km. 

12월 7일. 화요일 훈련. 12.4km

12월 9일. 목. 12.7km.

12월 11일. 토. 7.3km

12월 16일. 목. 11.7km

12월 18일. 토. 12km

12월 21일. 화. 13km

12월 23일. 목. 13km 

12월 25일. 토. 12.5km

12월 28일. 화. 13km

12월 30일. 목. 올해 훈련 마침. 달리지 않고 송년회

 

 

3개의 마라톤 경주, 공주, 서울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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