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러너스

22년 1월 달리기, 달리기는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는 것

지구빵집 2022. 1. 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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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정확한 방법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지난 행동을 똑같이 하면 된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해야 할 일을 늘 하는 패턴대로 미루거나, 존재하지 않는 자아를 찾는다고 매일 마음을 헤집고 들어가 서성이거나, 자기와 다른 사람에게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가족, 부모, 친구, 동료에게 마땅히 해야 할 만큼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된다.

 

2022년 매 월 달리기 포스팅 목록

2022.01.31 - [호모러너스] - 22년 1월 달리기, 달리기는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는 것

2022.02.28 - [호모러너스] - 22년 2월 달리기, 중요한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2022.04.01 - [호모러너스] - 2022년 3월 달리기, 자기 수양이란 하기 싫은 때조차 할 일을 하는 것

2022.05.02 - [호모러너스] - 2022년 4월 달리기, 살면서 참 많이 달렸다.

2022.06.02 - [호모러너스] - 2022년 5월 달리기, 꼴값 떨지 말고 잘 달리기나 해.

2022.07.01 - [호모러너스] - 2022년 6월 달리기,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2022.08.01 - [호모러너스] - 2022년 7월 달리기, 돌아 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2022.09.01 - [호모러너스] - 2022년 8월 달리기, 우리가 죽는 순간엔 지극히 단순해진다.

2022.10.03 - [호모러너스] - 2022년 9월 달리기, 쉬운 것들에 감사해야 한다.

2022.11.01 - [호모러너스] - 10월 달리기, 3개 마라톤 대회 완주

2022.12.01 - [호모러너스] - 2022년 11월 달리기, 달리기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태도와 같다.

2023.01.02 - [바른 생각 바른 글] - 2022년 12월 달리기, 삶은 내리막길이다.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자기실현적 예언(예언을 하고 나서 거기에 맞춰 행동함으로써 실제로 예언이 이루어지는 듯 보이는 현상)을 하는 것이다. 즉, 치과 예약을 한번 건너뛰고, 운동 계획을 미루고, 밤에 스마트 폰에 몰두하고,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더 먹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이상하게 자기를 방해하는 행동 결과는 생각하는 그대로 실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치통에 고생하고, 살이 불어나고, 다음 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은 예상한 대로 일어난다.

 

2022년 1월 1일, 토요일, -10도, 맑고 시원한 날. 13.13km, 1시간 20분 38초, 페이스 6분 8초

 

임인년 첫 달리기가 1월 1일이라니. 오늘처럼 매월 첫날이나 마지막 날이 훈련일과 겹치는 날은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다. 한마디로 무언가 구획을 나눠야 할 때 알아서 저절로 나누어지니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흐뭇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다. 오늘 강릉 바닷가 일출 시간이 7시 45분이라서 아직 여기는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조금 어두운 8시에 영동 1교에 도착하니 모자와 버프를 쓰고 땀을 흘리는 러너 둘이 올라온다. '벌써 달리셨어요?' 인사를 하니 '네' 하고 말한다. 이렇게 추운 날 아침 일찍 달리는 러너들은 진짜 존경스럽다. 인라인장을 돌고 있으려니 근자, 순자 선배가 나와 관문 운동장을 달리기로 한다. 추위가 올 겨울 가장 춥다던 저번 주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바람막이까지 입어서 체온 유지에 신경을 썼지만 발가락이 얼고 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없다. 간신히 관문 운동장에 도착하니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고통, 고통, 고통이라니.

 

1월 2일 일요일 15.3km, -10도, pace: 6분 00초

 

어제 훈련에 나오지 못한 식자와 현자가 함께 달리자고 했다. 관문 운동장에 나가니 순자 선배도 나왔다. 매월 마지막 주에 장거리, 주로 하프코스 21.0975km를 달리자고 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러너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서 자주 함께 달려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속담은 진실이다. 함께 달리면 멀리 갈 수 있다. 달리기는 체온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단단히 챙겼다. 영동 3교까지 왕복했다. 돼지 김치찌개 집에서 놀다가 커피 마시고 들어왔다.    

 

 

1월 4일 화요일 12.5km

 

공기 바람 눅눅 꿉꿉 따듯하고 무겁고 쨍하고 

 

1월 6일 목요일 12.5km

 

1월 8일 토요일. 12.5km. -6도, 바람 없고 

 

8시에 인라인장에 도착하니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조금 기다리다가 관문 운동장으로 달린다. 운동장에 도착하기 전에 돌아오는 근자 선배를 만났고 돌아오는 길에 찬자를 만나서 함께 돌아왔다. 영동 1교에 도착하니 등용문에 다녀온 희자, 언자 선배 두 분이 나오셨다. 난리법석을 떨고 나서 오랜만이다. 과 만나 마마 구이, 아니 구이 마마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희자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니 삼겹살을 사주신다고 했다. 역시 달리고 난 다음엔 삼겹살이 최고다. 언자 선배는 못 하시는 게 없다. 

 

"당구장에 갔더니 매일 함께 치던 친구들이 하나도 없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전부 대기업 공채 시험을 보러 간 거지, 난 시험일도 모르고 있었고." 당시에 은행, 관공서, 대기업은 같은 날 시험이 있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현대 건설 시험을 보고 들어갔지. 거기서 와이프를 만난 거고."

 

"결혼하고 이 사람은 토요일 1시에 끝나면 낚시 가방을 둘러매고 혼자 낚시를 가는 거야. 그리고 새벽 4시쯤 들어와. 그리고 조기 축구하러 나가서 운동하고 술 마시고 밤중에 들어오기를 몇 년을 했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이 사람이 하는 일이 원래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 ㅎㅎㅎ"

 

"그러고 나서 골프를 일 년에 120일을 치러 다니는 거야. 그때 카드 결제 금액이 1억이 넘어가. 그때도 원래 그런가 보다 했지. 사우디에 장기 출장 갔을 때는 도박은 아니었지만 동료들과 카드를 치고, 골프가 시들해지니 내가 먼저 달리고 있던 마리톤을 시작한 거지."

 

"지금 보니까 이 사람이 하고 다닌 짓이 전부 이혼 사유야. 나 정말 미쳐버리겠어." 

 

언자 선배는 바둑 아마 5단, 당구는 700, 볼링 에버리지 180, 검도 4단, 그림을 그리시고, 중견 기업 대표고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왕년에 한 가닥 했던 친구들은 모두 폐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희자 선배를 따라 시작한 마라톤은 건강을 주었고, 아직까지 젊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했다.  

 

1월 11일 너무 추워서 훈련 생략. 순자 선배 -17도에 달린 이야기 526번 째.

 

1월 13일 다들 골골해서 개인 훈련하기로.

 

1월 15일 토요일 번개 달리기. 12.5km

 

1월 18일. 화요일 훈련. 12.5km 

 

1월 22일. 토요 번달. 10km. 언자 선배와 등용문 왕복

 

마음 근육이 무너지면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몸 근육뿐이다.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무너지지 않는다. 여러 일이 스쳐 지나가고 통제할 수 없다. 진작 예상하고 대처를 했어야 하는 데 너무 늦은 건가 싶다. 

 

공허한 언어, 모호한 말, 실체를 알 수 없는 단어와 비유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와 마음을 강하게 잡고 있다면 공허하거나 허무한 언어는 나오지 않는다. 지시 대명사 이, 이런, 그, 그런, 저, 저런, 어느, 어떤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업가들과 성공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쓴다. 분명한 마감일과 정확한 금액, 무조건 된다는 신념에 찬 언어를 사용한다. 결정을 즉각 내리고 행동에 돌입한다. 공허함은 영혼에 생기는 빈틈이라서 즉시 메꾸지 않으면 계속해서 벌어진다. 의미 없고 지루하게 오래 사는 것 말고, 재미있고 활기차게 짧게 사는 것을 선택한다. 꽤 오래 고민했는데 결론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아무리 짧더라도, 아니 짧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라도 영혼이 원하고 심장이 펄떡거리는 삶을 산다.  

 

 

1월 27일. -2도, 영동 1교 왕복 12km, 1 : 16 : 38, pace 6:23  

 

-17도에서 관문에서 영동 1교까지 훈련한 적이 있다. 완전 무장을 하고 달려도 발은 얼고, 공기 중에 노출한 피부는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갑다. 한참을 달려 땀이 나기 시작하면 모자에서 고드름이 생긴다. 마스크는 얼어붙어 뻣뻣해진다. 죽을 고생을 하고 출발한 곳에 도착해서는 다시는 추울 때 달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이 없이 살면서, 어떤 이례적인 순간들에만 나이를 의식하는 것이리라. (밀란 쿤데라, '불멸') 

 

늙어가는 일이 힘든 이유는 마음이 같이 늙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나이 든 사람들은 훨씬 젊어 보이고 건강하다. 기술, 교육, 편의시설, 의료 보장, 관계 등 모든 환경이 나이가 들어도 활동을 지속하거나 의지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이는 들고, 몸은 하향곡선을 그린다. 나이가 들면서 더 똑똑하거나 건강해질 수는 없다. 불행하고 불쌍한 일은 그 지점에서 일어난다.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않으니 욕심을 부리고, 무리하게 되고, 그런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은 역시 상처를 입는다. 몸은 마음을 따라야 하고, 마음 역시 몸이 가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육체적인 욕심도 탐욕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추하게 한다.

 

마음 근육이 무너지는 것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몸 근육이다. 운동이 필요한 절대적인 이유다. 건강하고 오래 살려는 이유는 생각조차 한 일이 없다. 물론 우리가 존재하는 지금, 현실이 미래라서 우리가 다듬고, 운동하고, 강하게 하는 만큼 오래 지속하기는 하겠지만, 결국 마음을 잡는 일이 운동하는 일이다. 운동하는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고, 달리러 나가고 달리고 들어오는 시간은 또 나름대로 달리기를 생각하고, 빼먹지 않고 운동하는 습관은 마음과 정신을 굳건히 세워준다. 마음이 무너져도 몸 근육이 잡아주기 때문이다. 

 

달리기에 더 몰입하기 위해 러닝 시계 사용을 자제한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참고) - 자동 알람 기능을 끈다. 디스플레이 창에 뜨는 정보를 바꾼다. 속도에 집착하는 습관을 버린다. 

 

1월 29일.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장거리 훈련. -8도, 20.26km, 2시간 1분 59초, pace 6:01초.

 

물리적으로 마음을 잡아 이끄는 일을 잘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밥을 굶으면서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할 게 아니라 팍팍 즐겁게 먹고, 다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운동하고 난 후 작은 성취감까지 느끼는 식으로 해야 한다. 5시에 일어나 즐겁게 공부를 하고, 아침 식사와 출근을 즐겁게 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미루거나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어 마주하는 일, 정확한 시간에 Fitness 운동을 하고, 달리기 훈련은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영혼 근육을 키우고 정신을 고양하는 일이다. 영혼은 부서지기 쉽고 허약하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이용해 더욱 강하게 해야 한다. 세상에 정신을 정신으로 강하게 하는 일은 없다. 망상에 빠지고 쉽게 유혹당하고, 결국 자신을 잃는다. 언제나 현실은 미래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강하게 만들어 건강한 현실에 더욱 집중하는 일을 습관으로 만든다. 바로 직면한 현실이 우리가 처한 전부를 결정하고, 강력하게 지배하며, 빈틈없이 물들인다. 

 

영동 1교에서 잠실 철교까지 20.2km를 달리고 조금 늦게 나온 미자, 언자, 희자 선배가 기다리고 계셨다. 늘 나오는 분들이라 반갑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금자 선배가 꽃을 가져오셨다. 희자 누님에게 큰 꽃다발을, 우리에겐 작은 꽃다발을 나누어 주신다. 일이 많아 자주 달리지는 못하지만 마음은 늘 달리고 계신다. 자기 일에 늘 열심이면서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면 항상 나와서 꽃을 주고, 이야기를 나누다 들어가신다. 모임 인원 6명 제한으로 긴 많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 

 

밖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김치찌개, 오삼불고기, 고등어구이를 한 번에 시켜 먹고, 중식당을 가면 탕수육, 짬뽕, 짜장면을 시켜 먹을 것, 음식은 다양한 맛이 함께 어울릴 때 가장 좋은 맛을 낸다. 삶에서 재난이나 고통은 때가 되어서 닥치든가, 아니면 예기치 않게 오는 것처럼, 깨달음도 똑같다. 만날만 하니까 만나고, 지혜가 찾아올만하니까 오는 것인데 늘 일찍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게 마음에 깊이 박힌다. 이 또한 삶이 주는 교훈으로 받아들인다.   

 

 

1월 1일 토, 12.5km 영동 1교~관문 운동장 왕복

1월 2일 일. 15km 관문 ~ 영동 3교 왕복

1월 4일 화. 12.5km 관문~영동 1교 왕복 

1월 6일 목. 12.5km

1월 8일. 토 번개 달리기 12.5km

1월 15일. 토 번개 달리기. 12.5km

1월 18일. 화. 12.5km

1월 22일. 토. 번달. 10km

1월 25일. 화. 13km

1월 27일. 목. 12.5.km

1월 29일. 토. 20.26km 

 

1월은 145km를 달렸다. 언제나 맘에 쏙 든다. 

 

 

다리 참 예쁘다. 발 추울까봐 테이핑한 거 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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