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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 봄이 왔는데 일찍 보일러를 꺼서 춥구나.

지구빵집 2022. 4. 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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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3월 말까지 보일러를 틀어 따뜻한 물을 틀어준다. 연구실도 따뜻하다. 4월 1일부터 중앙난방 장치가 다 꺼지고 연구실엔 찬바람이 돈다. 딱 봄이 시작하는 초봄과 가을이 끝나가는 늦가을은 실내 온도가 야외 온도와 동기화되니 온기 없이 견디기에는 쌀쌀한 냉기가 도는 날씨다. 시린 손과 몸을 햇볕을 쬐기 위해 가끔 햇살을 찾아 나가야 한다. 조금 덥혀서 들어오면 한 시간 정도는 버틸 만하다. 

 

날이 더워 냉방 장치로 전환할 때까지는 학교 어디서나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다. 연구실은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이라서 11시부터 햇살이 들면 커튼을 올려 햇살이 연구실 가득 들어오게 한다. 따뜻한 기운이 들면 그런대로 지낼만하다. 교직원들은 개인적으로 히터를 구입해서 이 시기를 잘 넘기기도 한다.  

 

하루 일을 하기 힘들면 끝까지 기다린다. 다시 할 수 있을 때 시작하면 된다. 아무리 늦어도 생각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하게 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 5시나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6개월째 이어간다. 술을 마시지 않는 돈으로 비타민과 다크 초콜릿, 유전자 치료 보조제 같은 건강식품이나 피규어, 운동에 필요한 옷이나 좋아하는 소품들을  산다. 5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독서하고, 경제 신문을 보고, 일주일에 3번 달리고, 한가한 시간에 검도를 배우고 하는 일들, 삶의 빈 공간을 메우는 것들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가끔 주말이 다가올 때 부질없다고 느끼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8시부터 술을 마시고 일찍 자기도 한다. 잦은 운동이 몸의 기운을 뺏는 건 아닌지, 무얼 또 가지려고 일에 열심인지 남자는 계속 마음을 잡고, 동기부여를 하고, 조급하고, 몰아붙인다.

 

모든 이야기는 다 잡설(雜說)이다. 대수롭지 않은 잡다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은 왕소군이 흉노족에 시집가서 흉노의 추운 날씨(고향에서 보던 꽃과 풀이 없으므로)를 비관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라는 시를 지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 이 시는 정확하게 당나라 시대의 시인 동방규가 지은 시 '소군원(昭君怨, 왕소군의 원망)'이라는 시의 일부다. 

 

昭君怨

 

漢道初全盛 한나라 비로소 번성하여

朝廷足武臣 조정에는 무신들 넘쳐나건만

何須薄命妾 어찌 하필 박명한 아녀자인고

辛苦遠和親 괴로워라 멀고도 먼 화친 길

掩涕辭丹鳳 눈물을 삼키며 궁궐을 작별하고

銜悲向白龍 슬픔을 머금은 채 흉노 땅으로 향하네

單于浪驚喜 선우는 놀라 그저 기뻐하지만

無復舊時容 예전의 낯빛을 다시 찾을 길은 없구나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는 꽃이 없으니

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自然衣帶緩 자연히 허리띠가 헐렁해지는데

非是爲腰身 이는 가는 허리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네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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