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알고 나면 싫어지는 법이다.
많이 힘든 날은 집에 오자마자 편한 옷을 갈아입고 요가 매트를 깐다. 방을 어둡게 하고 누워서 힘을 빼고 온몸을 축 늘어뜨린다. 양팔을 적당히 옆에 붙이고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한다. 생각을 멈추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한다. 금세 잠이 오는데 혹시 잠이 오더라도 20분 지나면 일어나도록 알람이 울게 한다. 운동 나가기 전이나 기진맥진해서 밥 차릴 힘이 없을 때 이렇게 하면 새롭게 기운이 솟는다.
자극에 민감한 하루를 보냈거나 아니면 집중해서 일한 경우,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았다면 지치기 쉽고 작은 자극에도 놀라거나, 부정적인 감정이나 스트레스에 과몰입하기가 쉬우니 자기만의 적절한 주의 분산 방법이나 정신적인 해소 방안들을 만들어야 한다. 진부하지만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명상이든, 성찰이든, 스포츠와 운동, 악기연주, 요리, 취미활동이든 새로운 과몰입을 피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이완된 상태를 만들어 스스로 회복하는 방법을 많이 갖추는 것이 좋다.
가만히 보니 남자가 버틴 이유가 혼자 내버려 둬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이들만 잘 가르치고 스스로 문제없이 지내는 일에 익숙하게 흘러왔던 모양이다. 그렇게 다행인 시간이 지나고 아주 어려운 일들; 신청서 작성, 보고서 작성, 아주 작은 일에도 필요한 서류 작업, 말이나 전화가 아니라 이메일로 근거를 남겨야 하는 관습적인 일을 하게 된다. 여하튼 사람들 대부분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창의적인 방법으로 삶을 낭비한다. 심지어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까지 삶을 낭비한다. 신기한 일이다.
문명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권태와 지루함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멋진 일을 한다고 해도 싫증 나고,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중요한 특성이다. 물론 하는 일에 익숙하고 잘하고 일이 재미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오래 하다 보면 역시 싫증 나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특히 어떤 분야에 대해 잘 알 수록 그렇다. 아예 싫증이나 한눈파는 것들을 압도하거나 생기지 못하게 하는 그런 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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