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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지우개 송순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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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전영록은 노래했다. 어디 사랑뿐이랴. 삶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많이 지우면 지울수록 삶은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더러우면 씻고 또 더러워지면 또 씻어서 깨끗한 느낌을 자주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리가 삶을 다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안주하고 싶은 마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적으로 별로 충실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그리 행복하게 산 것처럼 보이지 않는 스티브 잡스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는 '죽음'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두려움이나 나약한 모습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틀리면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단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구절이 특히 와닿는다. 바람이 불고 계절이 오는 것들이 그냥 오고 그냥 가는 것이 아니었다.  

 

 

지우개/ 송순태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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