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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964

지우개 송순태 詩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전영록은 노래했다. 어디 사랑뿐이랴. 삶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많이 지우면 지울수록 삶은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더러우면 씻고 또 더러워지면 또 씻어서 깨끗한 느낌을 자주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리가 삶을 다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안주하고 싶은 마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적으로 별로 충실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그리 행복하게 산 것처럼 보이지 않는 스티브 잡스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는 '죽음'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두려움이나 나약한 모습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틀리면 지울 수 있기..

'우수 다독자 초청의 날' 행사 안내

학술 정보관에서 책 많이 빌렸다고, 우수 다독자로 선정했다고 메일이 왔다. 부상이 특별 열람증과 신간 도서인데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서평도 많이 썼는데 그것은 반영이 안 되었나 모르겠다. 홈페이지에 최근 서평이 짧게나마 나오면 좋겠는데 건의를 할 생각이다. 책을 본 만큼 많이 생산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무얼 꼭 하지 않아도 오직 즐거운 마음이나 기분을 위해 하는 것을 왜 좋지 않다고 생각할까? 이제야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사소한 즐거움이라도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어떤 시간이라도 나만을 위해 보내는 방법을 알아간다. 늘 그렇지만 매번 늦게 알아가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젊을 때 그렇게 지내서인가? 당시에 학생운동이 극성일 때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고, 학교 끝나고 당구장에 가는 것..

언젠가 거울을 보며 눈물을 흘릴 때가 온다.

태어날 때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듯이 죽을 때도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노쇠하여 병들고 아기 때처럼 누군가의 돌봄이 한 동안 필요한 시절을 보낸다. 혹시 아프지 않으면 회한에 가득 찬 상태로 죽는다고 예측하는 일은 나이 든 이후의 상황을 모두 뭉뚱그려 주먹으로 꾹꾹 뭉쳐놓은 상태로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다. 사실은 모두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다른 환경에서 개별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무엇인가 열심히 많이 한 것 같은데 기억엔 무얼 했는지 별로 남지 않았다. 완화 의료에 종사하며 수많은 노인들의 죽음을 지켜본 의사의 생각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아온 부유하고 높은 지위를 누리던 사람들은 죽을 때 대부분 후회를 많이 하고, 오히..

세상에 모든 사그러지는 글을 안타까워 한다.

모르는 단어, 예쁜 말, 좋은 문장을 자주 수집한다.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슬퍼하고, 새로 만나는 것들에 기뻐한다. 제정신인 사람도 책을 내고, 천벌 받아도 싼 악마 같은 놈들도 책을 쓴다. 글이란 무엇인가? 애당초 세상에 믿을 게 있기나 한 건가? 휘뚜루-마뚜루: 부사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 친연관계: 역사언어학에서 둘 혹은 여러 언어들이 어휘나 문법의 면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고 그 유사성이 공통의 조상 언어로부터 물려받은 경우에 그 언어들을 하나의 언어 가족, 즉 어족으로 묶으며 이들 각 언어는 친족 관계에 있다고 한다. 친연 관계(親緣關係)라고 하기도 한다. 명징 1, 明徵 명사 1. 분명한 증거(證據). 명증(明證). 2. 사실이나 증거에 의거하여 분명하게 하..

검우회 동아리방에 잠시 들른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이미 학교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봄이라고 부르는 계절 속으로 이미 들어갔다. 무얼 해도 환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고 어디를 가도 즐거운 곳이다. 매년 3월과 9월 둘째 주에 동아리 회원 가두모집 행사를 한다. 학교 SNS에서도 행사가 보이는지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익명 8: "가입하면 요네나 야스오가 될 수 있나요?" 익명 8: "겠냐?" 익명 9: "하... 새끼" 요네와 야스오는 리그 오프 레전드 게임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야스오는 요네의 이부동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애가 좋았으나, 야스오가 수마 원로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요네가 오해하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결국 야스오와의 결투 끝에 요네는 죽게 되었는데, 되살아난 요네는 아자카나를 쫓는 것을 ..

2023 서울 마라톤 D-day 4, 예측하지 않는다.

3개월 정도 준비 훈련을 열심히 한 러너들은 그들대로 긴장한다. 훈련하지 않은 러너도 나름의 방식으로 긴장한다. 훈련을 잘 한 러너가 긴장하는 이유는 예측하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100만 년 전에 인간이 생존을 위해 늘 하던 예측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예측을 한다. 훈련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기록을 내야 한다는 욕심도 있다. 훈련을 평상시처럼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달리지 않은 러너는 그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긴장한다. "완주할 수 있을까?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닐까? 몸을 보호해야 하는데, 또 풀코스를 달리고 나면 폭삭 늙어 보이지 않을까? 새로 신은 나이키 신발은 괜찮을까? 갑자기 발목이나 종아리, 무릎에 통증이 오면 어쩌지? 막판에 퍼..

건강을 위해 추천하는 아침 루틴

몸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은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우리가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참여하기로 하고 환경에 신경 쓰기로 하는 순간 불편해진다. 일회용을 쓰지 않는 것부터 세재, 용기 선택, 재활용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늘 타협한다. 용기에 담지 않고 1회용 비닐팩에 담으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하고, 장 볼 때마다 꼭 장바구니를 신경 써야 한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은 스스로를 불편한 상황에 집어넣고 그것을 장기간 오래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편한 것을 찾고, 지켜야 할 것들에 신경 쓰는 게 어렵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좋은 습관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주위를 둘..

알아야겠어.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다는 걸!

쉽게 얻는 것들에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흔하다는 이야기고 흔한 것들에서는 존엄과 품격을 찾기 힘들다. 우리 삶에 유용한 것들이 채워지고 나서야 무용한 것들을 찾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수준을 높여가고 방향을 높게 잡고 성장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 당신이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면 좋은 일이다. 가족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의무감이든, 더 많은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되었든,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더 갖고 싶다는 욕망 혹은 질투는 당신을 항상 쫓기는 마음으로 살게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현재 상태에 불만족스럽다면 좋은 일이다. 불만스럽다면 당신은 이곳을 떠나 저쪽으로 가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없는 생각을 창조해 낼 것..

2023 고구려 마라톤 32 km 완주, 좋은 날은 늘 짧다.

마라톤 대회 완주 메달이 화려하고 예뻤으면 좋겠다. 2017년 겨울이 끝나갈 때 마라톤 입문하고 달리기를 몇 번 나가자마자 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당시 서울 동아마톤이 열리기 한 달 전에 열리는 대회다. 잠실 보조 경기장에서 출발해 한강 변을 달리고 돌아오는 경주다. 처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대회에 나가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는 처음부터 마라톤 동호회 그룹의 일원이 되고자 했고 시간이 가면 더 잘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원봉사를 하러 나갔고, 2월 마지막 주였으니 추운 날이었다. 당시에도 동호회 부스를 마련해 주어서 천막이 둘러쳐진 부스에 회원들이 남긴 짐을 보는 일이 전부였다. 달리기 시작한 지 7년 차에 접어들었다. 회원들은 쌀쌀한 날씨에 긴팔과 긴바지, 그 위에 동호회 이름이 적힌 ..

모든 감각은 구체적이라서 모든 사람이 다르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그 하나하나의 사연과 상황, 결론이 모두가 개별적인 것을 끝까지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고 나면 모든 사람을 설득하려 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 절대 고정적인 사람을 보면 마찬가지다. 어떤 변화에도 무감각한 사람이다. "세상은 세상, 나는 나, 내 삶에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다 외면해 버린다. 절대 나를 방해하지 마라." 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두 가지를 우리는 전체주의라고 부른다. 하나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한 가지를 미친놈처럼 추종하는 것, 아니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전체주의라고 한다. 구체적이라는 말은 개별적이라는 말이다. 전체주의는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의 다른 말이다. 개별성을 ..

무엇이든 알고 나면 싫어지는 법이다.

무엇이든 알고 나면 싫어지는 법이다. 많이 힘든 날은 집에 오자마자 편한 옷을 갈아입고 요가 매트를 깐다. 방을 어둡게 하고 누워서 힘을 빼고 온몸을 축 늘어뜨린다. 양팔을 적당히 옆에 붙이고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한다. 생각을 멈추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한다. 금세 잠이 오는데 혹시 잠이 오더라도 20분 지나면 일어나도록 알람이 울게 한다. 운동 나가기 전이나 기진맥진해서 밥 차릴 힘이 없을 때 이렇게 하면 새롭게 기운이 솟는다. 자극에 민감한 하루를 보냈거나 아니면 집중해서 일한 경우,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았다면 지치기 쉽고 작은 자극에도 놀라거나, 부정적인 감정이나 스트레스에 과몰입하기가 쉬우니 자기만의 적절한 주의 분산 방법이나 정신적인 해소 방안들을 만들어야 한다. 진부하지만 어..

인생에 그냥 오는 것도 그냥 가는 것도 없다.

지난주에는 23년도 학위 수여식이 있었다. 다음 주엔 입학식이 있다. 3월의 시작은 개강이다. 아이들을 더 이상 가르치지 않지만 아쉬운 마음도 들지 않는다. 검우회 아이들과 군포 초막골 생태공원으로 MT를 가기로 했지만 가지 않는다. 아직 다리도 덜 풀렸고 술 마시는 일도 즐겁지 않다. 더구나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나이 들어가는 남자에게 내키지 않는다. 모든 글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남기는 일이다. 우리는 무서워하고, 두렵기 때문에 정작 가지 않았던 곳을 가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고자 한다면 바로 그곳을 가야 한다. 우리가 가장 찾고 싶은 것은 우리 스스로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조던 B. 피터슨 남자는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원하지 않는 것을 더 ..

육체는 마음이나 정신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가끔 아주 먼 거리, 20km를 한참 넘어선 32km나 풀코스 42.195km를 달리다 보면 분노나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삶이 주는 모든 선물에 감사하며 사는 태도와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다. 남자는 무얼 원해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 삶에 대한, 혹은 그렇게 사는 모습이 '왜 나만...'이라는 서운한 감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코 끝이 찡해지면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물이 올라와 눈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끝까지 잘 달려 목표 지점에 도착하면 삶의 찌꺼기 같은 억울한 감정은 없어진다. 쓸모없는 감정일 수도 있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소품 같은 감정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삶에 꼭 지켜야 하는 법칙이나 규칙은 없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한다. 삶은 시시각각 늘 변하는 모습이 본질이거니와 다른 사..

남자나 여자 말고 부자로 태어나고 싶어.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새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모든 질문에는 함정이 있다. 특히 남자의 질문에 함정이 있음을 잘 아는 여자가 말한다. "나? 음... 부자로 태어나고 싶어." "정답이네. 하하하" 당신이 실력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우선 당신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면 우선 우리 자신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자기 삶을 무한히 사랑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모두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생각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상황이 잘 흘러갈 때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세상을 무궁무진한 보물로..

옛날의 그 집, 박경리 작가의 마지막 詩

박경리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편(2008년 4월 '현대문학' 발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란 마지막 행이 턱 걸린다. 버릴 것만 남아서도 안 되고 아예 버릴 것이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서버실 공사가 끝나면 자리를 또 옮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다.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짐을 나르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짐을 내가 옮기면서 이사하지 않을 때가 올까? 그렇게 기분 나쁜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닌 게 변화는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얼마동안은 지겨움이나 지루함, 권태, 무기력,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줄 테니까 말이다. 희망을 갖는다. 마당이 넓고 햇살이 잘 드는 그렇게 넓지 않은 집, 아주 긴 싱크대와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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