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편(2008년 4월 '현대문학' 발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란 마지막 행이 턱 걸린다. 버릴 것만 남아서도 안 되고 아예 버릴 것이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서버실 공사가 끝나면 자리를 또 옮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다.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짐을 나르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짐을 내가 옮기면서 이사하지 않을 때가 올까? 그렇게 기분 나쁜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닌 게 변화는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얼마동안은 지겨움이나 지루함, 권태, 무기력,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줄 테니까 말이다. 희망을 갖는다. 마당이 넓고 햇살이 잘 드는 그렇게 넓지 않은 집, 아주 긴 싱크대와 요리 ..